청년농의 사그러들지 않는 ‘울분’

정책 기만 및 행정 엇박자 피해에 멸시·타박까지 모일 때마다 성토…또다시 끓어오른 국회토론회

2025-10-05     권순창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종덕(진보당)·신장식(조국혁신당)·문금주·이원택(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청년농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올해 초부터 열린 모든 청년농 토론회가 그렇듯 이날 역시 청년농들의 울분이 폭발하며 청년농 정책의 부실을 방증했다.

발제자들은 차분하면서도 강하게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양적 성과에 치중한 지금까지의 청년농 육성정책을 ‘실패’라 규정하고 실질적인 정착 지원 방안들을 내놨으며, 채상헌 연암대 교수는 지금이 농업 세대교체의 마지막 기회라 강조하면서 은퇴농-청년농 간 정책적 연결고리를 당부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청년농 참가자들은 차분할 수 없었다. 토론장엔 농림축산식품부·농협은행·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업무담당자들이 배석했는데 모두가 전국 청년농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이들이었다.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청년농, 희망인가 빚더미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농과 관계자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건 역시 청년농 육성자금이다. 반복되는 기만적 정책도 문제이거니와, 당장 대출 원금 상환기간이 시작된 1·2기(2018~2019년) 정책대상자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창업농이 상환기간 10년 동안 수억원의 대출금을 갚기란 사실상 불가능한데, 3기부터는 상환기간이 20년으로 조정됐음에도 정작 다급한 1·2기는 여기서 배제된 상황이다. 김찬일 귀농창업자금상환피해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청년농 육성자금을 “잔혹한 정책”이라 표현하며 ‘20년 상환’ 일괄적용을 재차 촉구했다.

농식품부-농정원-농협-농신보 등 관계기관 간 엇박자도 주요한 지탄 대상이었다. 정책은 청년농 우대보증 한도를 5억원이라 홍보하지만 농신보는 사실상 3억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그나마 담보가 없으면 온전히 받기 어렵다. 또한 올해 초 농식품부가 청년농 육성자금의 ‘농외소득 제한’ 조건을 완전 해제했음에도 일선 농협에선 여전히 농외소득을 제한하고 있다. 담당자 본인의 과실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청년농을 멸시·타박하는 행태가 전국적으로 만연하며 농정원 등 여러 경로로 어려움을 호소해봐도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 실정이다.

거의 모든 참가자가 이 문제에 원성을 집중하는 가운데, 최재혁 청년후계농경영협회 회장은 이 중에서도 특히 농식품부를 향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직접 경험한 사례들을 들어 농식품부가 주장하는 ‘소통’에 전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300인 서명을 통한 공익감사 청구를 예고하기도 했다.

청년농들의 발언은 그 외에도 다양한 방향으로 개진됐다. 시간과 공력을 투자해 2년 만에 스마트팜혁신밸리를 수료했지만 아무런 쓸모가 없었던 경험, 청년 여성으로서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가기 어려운 농촌환경, 청년들의 주체적 정책 고민을 정책에 반영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 등이었다.

토론 분위기는 시종 숙연하고 암담했다. 청년농 정책 실패가 현장에서 실제로 불행한 사고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순창에서 온 최지혜씨는 “우리가 더 죽어 나가기 전에 우리 얘길 잘 들어 달라”고 호소했으며, 강원 홍천에서 온 노대형씨는 “전국 지역농협에서 하나같이 청년농을 ‘거지 취급’하고 있다. 지역농협 대부계 직원들이 말 한 마디를 해도 ‘실패’, ‘망한다’는 얘길 꺼내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