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개혁, 제도 간 경쟁 통한 공공성 확보가 우선
이재명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방안이 나왔다. 도매시장법인 간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경매 중심에서 벗어나 예약거래 방식을 확대하며 중개수수료(거래금액의 7% 이하)를 인하하는 방안이 제시됐고, 전체 농산물 유통의 50%를 온라인 도매시장이 담당해 유통비용의 10%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유통구조 개혁 방안과 더불어 발표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배추·무 등 엽근채소류는 유통비용률이 64.3%에 달했고 월동무(78.1%), 양파(72.4%), 고구마(70.4%) 등 일부 품목은 70%를 웃돌고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최악의 경우 농산물 가격이 1만원일 경우 유통비용만 7800원으로 생산자가 아닌 이들의 소득이 되고 이를 소비자인 국민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체 유통비용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도 지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식료품 가격의 수준과 변동성이 높은 이유를 묻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지난 15일, 정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이전 정부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행정부가 대통령의 인식조차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결정제도의 다양성 확보와 제도 간 경쟁을 통한 공공성 확보라는 기본이 제외된 어떤 대책도 한국사회의 왜곡된 농산물 유통구조를 변화시킬 수 없다. 대통령은 이런 것을 지적했는데 정부 대책에서 이 부분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송미령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경매 이외의 가격결정제도인 시장도매인제도에 대해 생산자들한테 가격을 과도하게 내리깎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식으로 제도 자체를 폄훼하는 발언도 했다. 도매시장법인의 독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자는 대통령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시장도매인제도 설명 과정에서 주무 부처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관계 왜곡을 떠나 농림축산식품부가 진정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진행된 법제연구원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나온 대만과 일본의 농산물 유통과 가격 결정 사례는 유통경로가 다양화되고 그를 통한 서로의 경쟁이 올바른 유통구조를 만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독점적 구조를 깨고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