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과 함께 떠오른 ‘품목 조직화’
품목조합, 지역 중심 조직의 한계 극복할 수 있어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품목 중심 산지 조직화 필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발표한 유통구조 개선안에 발맞춰 근본적인 수급 정책 개선을 위해 산지 조직화에 다시금 불을 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5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내놨다. 4대 전략 12개 과제로 구성된 개선방안엔 ‘산지 유통 조직 경쟁력 강화’ 내용이 담겼다. 품목을 대표하는 전문조직으로 생산·유통 통합조직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조직에 전속 출하하는 기초 생산자 조직을 오는 2030년까지 3000개소 이상 육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에 품목 중심 산지 조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행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국회 지방소멸·기후위기 농업혁신포럼이 연 ‘품목 중심의 산지 조직화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전문가 초청강연에는 포럼 회원 국회의원뿐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및 생산자협회·자조금 관계자 등과 지난달 출범한 영남채소농협 조합장 등이 참여해 열띤 분위기를 이끌었다.
가장 먼저 강연을 맡은 송정환 농업제도정책연구원 원장은 품목 중심 산지 조직화가 우리 농업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뒤 지금까지 품목 조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과 품목 조직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송 원장에 따르면 품목 조직화는 전문성뿐만 아니라 수급조절, 브랜드화 등 일반적인 조직화 대비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으나, 도매시장 경매제와 지역 중심 농협 체계로 인해 품목 조직화가 잘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송 원장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의 수탁거부 금지 조항이 농가의 시장 접근도를 높여 오히려 조직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이어 위탁방식의 도매시장 경매제에선 조직화 유무와 상관 없이 가격 리스크가 100% 농민에게 전가돼 농민 입장에서 조직화 필요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송 원장은 현재 지역조직화로 대표되는 지역농협의 경우, 주산지에 위치하더라도 다양한 품목의 조합원이 혼재돼 있어 특정 품목을 전문화하고 집중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계약재배 또한 물량이 소규모로 분산돼 있어 수급안정에 제한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달 출범한 영남채소농협과 해남군농민회 및 해남군이 중심이 돼 겨울채소 유통체계를 구축 중인 사례를 들어 품목 조직화 전망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생산자협회와 자조금 등의 활동에 힘입어 품목 조직화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이 향상된 최근 상황에 발맞춰 지역 중심 조직화를 품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송 원장은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품목조합 육성과 농협의 품목농협 지원 강화, 채소 의무자조금 확대 등의 필요성과 추후 이에 발맞춰 다양한 품목 조직화 모델을 발굴하고 모델별 맞춤형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연 이후 참석자들은 품목농협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크게 공감했다. 특히 품목 조직화가 농산물 수급 안정 및 농민의 가격결정권 보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을 모으는 한편 논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함께 공영도매시장의 기능 조정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