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 지자체 재정 저항에 흔들?

광역자치단체들 재정부담 호소, 예산 축소 와중 경남도 도비 출연 ‘0원’, 정부 정책 어깃장 논란 경북도는 시행 지역 농어민수당 지급 중단 방침

2025-09-23     권순창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경남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난 22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경남도의 농어촌기본소득 도비 불출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농어촌기본소득운동 경남연합 제공

이재명정부가 힘차게 닻을 올린 ‘농어촌기본소득’ 정책이 광역자치단체들의 재정 저항에 직면했다. 광역자치단체들마다 재정 부담을 호소하며 예산 출연을 줄이려 궁리하는 가운데, 경상남도(지사 박완수) 등 일부 지자체는 노골적으로 비협조 의사를 표하고 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 농정공약이다. 전국 69개 인구감소지역(군) 중 6개 군 내외를 선정해 내년부터 주민 개인당 월 15만원(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향후 농어촌 전체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최근 광역자치단체를 통한 기초자치단체의 시범사업 신청 접수가 시작되면서 현장에 잡음이 일고 있다. 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이 사업의 국비·도비·군비 출연 비율을 40:30:30으로 설정해 송달했는데, 광역자치단체들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30% 출연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인당 월 15만원이면 인구 5만명인 군의 경우 연 900억원이 필요하며 도와 군이 각각 270억원을 출연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때문에 공식 집계는 아직이지만 전남도·전북도·충북도 등 광역지자체들이 도비·군비 비율을 24:36, 18:42 같은 식으로 조정해 군에 부담을 넘기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경북도의 경우,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참여 지역에 경북 농어민수당(연 60만원)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시달해 또 다른 방향의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감안해 처음부터 책임 있게 국비를 편성하지 않은 정부에도 문제가 있지만, 정부의 공익적 정책에 역행하는 지자체들 역시 고운 시선을 받진 못하고 있다. 특히 경남도의 경우 도비 출연 ‘0’을 군에 일방적으로 통보해 시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도비·군비 0:60. 군에 연 540억원의 재정 부담을 전적으로 떠넘긴 건 예산 고민의 결과가 아니라 단지 정부 정책에 어깃장을 놓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지역보다 잡음이 큰 건 당연지사다. 경남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22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결정은 농어촌 주민의 절박한 생존 문제마저 정치적 셈법과 편협한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고, 민생을 위한 정책적 실험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정치적 폭력이다. 소멸 위기 농어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할 경남도가 오히려 그 길을 막는 최대의 걸림돌이 됐다”고 규탄했다.

홍정희 농어촌기본소득운동 경남연합 사무처장은 “광역과 기초가 24:36이든 18:42든 서로 협의해서 결정해야 할 것 아닌가. 경남도는 일방적으로 통보해서 시범사업 참여 기회를 완전히 봉쇄해 버렸다. 60% 부담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군은 아무 데도 없다. 이재명정부에 ‘딴지’를 걸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