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축협 노동자 권리 보장 없인 농축협 미래도 없다

김덕종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본부장

2025-09-21     강선일 기자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전국 178개 농축협·신협 소속 노동자들이 모인 노동조합인 전국협동조합본부(본부장 김덕종,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소속)는 최근 농협 개혁 및 농축협 노동자 기본권 쟁취 투쟁 과정에서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을까? 지난 17일 김덕종 전국협동조합본부장을 서울 마포구 전국협동조합본부에서 만나 그 구체적 대안을 들어봤다.

노동자 향한 경영악화 책임 전가와 실적 압박, 이젠 그만

지난 10일, 전국협동조합본부는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농축협 노동자들은 농협중앙회(회장 강호동)가 비상경영체제 강화 과정에서 범농협 조직 경영악화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비상경영체제는 지역 농축협에 직접 압박을 가한다기보단 지역 농축협 조합장의 ‘부화뇌동’을 야기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며 “(조합장들은) 지역 농축협의 손익 저조 양상 해결책으로 농축협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강제 하향시키는 방식을 쓴다”고 설명했다.

노동조건 강제 하향 예시 중엔 ‘실적 압박’도 있다. 농협금융지주 산하 주식회사들(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NH농협카드)과 개별 지역 농축협은 업무 위·수탁 관계에 있다. 지역 농축협이 사실상 보험 판매 대리점 역할을 맡는단 뜻이다. 김 본부장은 “농협금융지주 산하 주식회사들과 지역 농축협의 관계는 상당히 왜곡돼 있다”며 “해당 주식회사 상품(보험상품, 카드 등) 판매의 60% 이상이 지역 농축협에 의해 이뤄지니, 그 구조하의 종국적 실적 압박은 농축협 노동자들이 감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압박의 예시 중엔, 일부 농협 보험 지역총국에서 지역 농축협 상임이사들에게 개별 직원의 실적이나 조합별 실적 순위가 드러나는 자료를 매주 갱신해서 보내는 식의 ‘비공식적 압박’이 있다.

전국협동조합본부는 실적 강요 과정의 직장 내 괴롭힘 및 불이익 행위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 시행, 그리고 농축협 업적평가 제도 개선(보험·카드사업 실적 평가 항목 삭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 동물 산재’ 개념, 법적으로 규정해야

지난 10일,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본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각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 중이다. 전국협동조합본부 제공

지난 7월 경남 남해축협에선 소 계류작업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손가락을 절단당하는 사고를 당했다. 노동자들은 그밖에도 가축 취급 과정에서 받히거나 발에 차이는 등의 다양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대 동물 산업재해’, 즉 살아있는 동물을 취급하는 과정의 재해 관련 내용을 법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근로기준법」상 해당 내용은 없다. 농협중앙회는 법적 근거가 없기에 전국협동조합본부가 요구하는 ‘대 동물 산재 관련 매뉴얼 작성’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 동물 산재의 법적 개념화를 선행해야 농협 차원에서도 후속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갑질 조합장 추방 위한 체계 절실

지난 10일,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본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행진 중이다. 전국협동조합본부 제공

10일 결의대회 구호 중엔 ‘비리 조합장 직무 정지 범위 확대, 반인권 조합장 퇴출제도 마련’ 구호가 있었다.

김 본부장은 “지역 농축협의 사건사고를 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할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위원장 김병수, 조감위)의 기능은 사실상 전무하다. 농협중앙회는 늘 조합장 관련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경찰·검찰의 수사 과정이나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봐야 한다는 핑계를 댄다”며 “최근 조합장 성추행·갑질 문제가 공론화된 충남 서천 장항농협 사례를 보면, 고용노동부와 경찰 측 공히 가해자 조합장 대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음에도 조감위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장들의 각종 비위행위가 농협조직에 끼치는 타격(농협 이미지 실추, 비위행위를 저질러도 징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 따른 비위행위 확산, 그에 따른 농협 직원 고통 증가, 농민조합원의 직간접적 피해 등)이 어마어마한 만큼, 우선 농협 내에서 조합장 비위 문제를 전문적으로 감사·조사하고 강력한 징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체계가 하루속히 마련(예컨대 비리 조합장 조사를 위한 전담기구의 마련)돼야 한다는 게 김 본부장의 강조점이다.

상호금융특별회계 운영 과정 개혁해야

농협 상호금융특별회계 운영 과정의 개혁도 필요하다는 게 농축협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상호금융특별회계가 농협중앙회의 쌈짓돈처럼 활용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농민조합원과 농축협 노동자들은 상호금융특별회계의 구체적 운용 과정을 알 수 없다”며 “상호금융특별회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공개돼야 하며, 특별회계 기능이 애초의 목적에 맞게 쓰여지고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