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태양광, 정말로 농업·농촌을 고민하고 있는가

2025-09-21     권순창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지가격 상승, 부재지주 증가, 임차농 축출, 공동체 해체, 농지·산지 난개발과 자연재해 증폭…. 문재인정부 농촌 태양광 정책의 전방위적 실패를 반면교사삼아, 이재명정부의 태양광 정책은 ‘농촌의 주체성’을 담보하려 한다. 농민·주민이 주도하는 태양광 발전을 표방하며 공식석상에 나오는 정부 인사들마다 “농민의 이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지금 추진 중인 태양광 정책은 실제로 얼마나 농촌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을까.


농지 문제 해결 없다면
개인 단위 태양광, 폐단 뻔해

태양광은 광대한 면적을 필요로 하는 발전방식이다. 도로·건물·유휴부지 등을 활용해야 하지만 가장 접근성 좋고 활용도 높은 건 역시 농지다. 다만 농지 태양광은 농지를 전용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영농형태양광(작물 위에 태양광 모듈 설치)으로 정책의 관점이 이동하고 있으며 실제 이 영농형태양광이 향후 태양광 발전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간 농업소득이 1000만원선에 매인 현실에서 영농형태양광은 농민들의 추가 소득원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한 농지에서 발전소득이 농업소득에 비해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까지 나온다는 분석 및 실증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이권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정책은 이상을 그리고 있지만, 이권이 있는 곳에 순수성이 지켜지기 힘들다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진리다.

당연하지만 발전소득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20년간 월 120~150만원의 발전순소득이 나오는 100kW 영농형태양광 시설(논 기준 800여평 소요)을 설치하려면 1억3000만~1억7000만원의 투자비용이 필요한데, 폭넓은 융자지원 정책이 수반된다 해도 선뜻 뛰어들지 못할 농가가 대부분이다.

정작 농업소득이 더 취약한 농가는 배제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농가들만 참여시켜 농가경제 양극화를 조장할 소지가 큰 것이다. 또한 태양광을 통한 농업소득 보전은 평균 농가소득을 향상시켜 자칫 농업소득 정책을 소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양극화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농민들 간의 양극화는 차라리 나은 편이다. 더 큰 문제는 외부 자본의 개입에 있다. 국회에 발의 중인 영농형태양광 법률안들이 외부인 참여와 농지 임차료 상승을 제한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현장에서 정상 작동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통계상 전국 농지의 절반 이상, 실질적으론 70%가량이 임차농지인 데다 상속농지 등의 폭넓은 인정, 허술한 농업인 자격취득 조건 등으로 부재지주가 범람하고 있다. 공익직불제를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불거지듯 상당수의 농지 소유와 임대차계약 자체가 이미 초법적·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지에 영농형태양광이라는 수익 수단이 생기면 농지는 더욱 투기화될 수밖에 없다. 농지값이 오르고 부재지주가 늘어나고 임차농이 쫓겨나고 공동체가 해체되고 농지가 훼손되는, 기존 농촌 태양광의 문제점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전남 보성 옥암리의 논에 시범 설치된 영농형태양광. 정부와 국회는 영농형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농촌 태양광의 전면적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한승호 기자

마을 단위 태양광도
보편화하기엔 결함 많아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 문재인정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을 지낸 최재관 주민참여재생에너지운동본부 대표가 사는 마을이다. 최 대표는 주민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꾸려 지난해 마을 단위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햇빛소득마을’의 선도모델이 되는 사례다.

구양리는 건물지붕·유휴부지·농지(전용) 등 마을 공유부지에 1MW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 16억7000만원의 설비비용은 마을 공유자본(10%)과 수익권담보대출(90%)로 충당했으며 발전수익은 공동식당·마을버스 등 마을 복지에 사용하고 있다. 향후 5MW까지 규모를 확장할 계획인데, 이 경우 필연적으로 영농형태양광이 주류가 된다.

마을 단위의 공동운영 태양광은 개인 단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상당수 보완할 수 있다. 마을 공유부지나 국가 공공부지를 활용하는 만큼 농지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을 줄이면서 그 관리에 어느 정도 공공성을 기할 수 있다. 마을 내 협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공동체 파괴의 우려가 적고, 영농형태양광의 최대 장벽인 전력계통망(전력 판매를 위한 송전망) 확보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마을 태양광을 농촌 태양광의 완전무결한 대안으로 보기엔 이르다. 구양리의 성공엔 일반화를 기대하기 힘든 몇가지 특수성이 겹쳐 있다. 첫째, 마을 공유자본과 공유부지가 충분하다. 농촌 마을은 구양리처럼 개발보상금 등으로 넉넉한 공유자본을 축적한 곳도 많지만 자산과 부지가 넉넉지 않은 곳이 일반적이다. 당장의 정책목표인 햇빛소득마을 100개소(2030년까지 500개소)는 혹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보편 정책으로선 한계가 있고 마을 간 경제 격차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둘째, 공적 가치를 견지할 활동가가 있다. 아무리 공유자본이 넉넉하고 융자 비중을 높게 잡더라도 마을의 자부담액은 수억원에 이른다. 정책기금, 마을펀드, 주민 개인출자 등 자금 유치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엔 외부 자본의 개입 유혹이 등장할 개연성이 크다. 햇빛소득마을의 성과가 기대보다 더뎌질 경우 정책적으로 기업자본의 조력을 허용할 수도 있거니와, 설령 정책이 막혀 있다 하더라도 위장전입·차명·우회출자 등 편법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최재관 대표처럼 심지 굳은 활동가가 있다면 마을 자체에서 공적 관리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오히려 마을이 먼저 외부 자본에 손을 내미는 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다.

셋째, 마을 내 반대 의견이 강하지 않았다. 구양리의 마을 협의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지만, 태양광은 경관과 농업생산량 저하, 심리적 불안감 등의 요인으로 반대 의견이 두드러질 수 있는 사안이다. 주민 간 협의 구조가 성숙하지 못한 마을이라면 다수 혹은 일부의 주도로 사업을 추진해 마을 내의 공동체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

즉 마을 태양광은 잘만 활용하면 농촌 태양광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그 정상적인 실행을 위해선 선결해야 할 몇몇 과제들이 산재해 있는 상태다.
 

경기 여주 구양리의 마을 태양광. 마을 공유 건물·시설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설 뒤편으로 농경지와 마을 군락이 보인다. 한승호 기자

‘속도전’ 시작한 농촌 태양광,
방치한 빈틈이 농촌 망친다

앞에서 살펴본 바, 개인 단위의 영농형태양광을 장려하려면 반드시 철저한 농지 관리가 선결돼야 한다. 하지만 농지법 강화나 농지 실태 전수조사는 투기세력의 저항으로 수십년째 표류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국회에서 정반대의 농지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농지 문제 해소에 여전히 시일이 걸린다면 우선은 개인 단위의 태양광을 강하게 규제하고 마을 태양광에 공력을 집중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마을 태양광 역시 보편적 사업모델 개발, 지역별 활동가 육성, 확실한 주민 주도성 보장 방안 등 고민해야 할 과제가 선명하다.

개인과 마을을 떠나서 영농형태양광 자체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영농형태양광 시설은 벼를 기준으로 15~20%의 생산량 감소를 초래한다. 김형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에 따르면 정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필요한 태양광 발전을 영농형태양광으로 가정하면 필요 농지 면적은 60만ha, 우리나라 전체 농지의 40%다. 물론 이 전부를 영농형태양광으로 충당하진 않겠지만 상당한 수준의 식량 감산이 이뤄지리란 예상은 가능하다. 농업생산의 부차화로 인해 나타날 농민들의 효능감·직업의식 쇠락도 문제다.

때문에 영농형태양광은 농업 생산량을 떨어뜨리지 않는 적합품목 모색에서부터 시작해, 식량안보 확보에 필요한 농지 면적을 면밀히 계산해 그 여유 분량의 농지를 중심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단지 규제를 없애주기만 할 게 아니라, 중앙·지방정부의 책임 있는 계획과 빈틈 보완이 있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 사이 태양광 정책은 도로·시설·도시유휴지 등을 활용해 시간을 벌 수 있다.

문제는 과도한 속도전이다. 정부와 여당은 “에너지 전환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여론을 유도하며 농촌에 빠르게 태양광을 삽입하려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농촌이 태양광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며 농촌 주체성을 강조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을 뒤로한 그 긴박한 속도감은 기실 아직도 농촌을 태양광 정책의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농지규제 완화에 필적할 중대한 위험성을 가진 농업정책이 재생에너지라는 ‘착한 가면’을 쓰고 빠르게 농촌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