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과 체제 전환 위해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한다”
3차 닐레니포럼 참가기 l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사무처장
“체제전환은 지금 당장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못할 수도 있다(Systemic Transformation Now or Never).”
지난 6~13일 스리랑카 캔디에서 열린 ‘3차 닐레니포럼’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대표로 다녀왔다. 여기엔 식량주권을 지향하는 세계의 다양한 글로벌 조직들이 모였다. 비아캄페시나(LVC), 국제가톨릭농민회(FIMARC), 세계어민조직(WWFP), 인디언 원주민조직,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Women), 지구의 벗, 민중보건운동, 유목민조직, 기후운동단체, WAMIC, MUARC, URGENCI 등 지구촌 곳곳의 101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식량주권과 자연생태계를 지키려는 50여개 단체가 모였고, 12개의 글로벌 운동단체가 운영위를 구성해 닐레니포럼을 준비했다.
그 외에 CS펀드, 천개의 물결 등 기부금단체가 참여하고, 18개 언어권의 통역을 위해 통역사들이 함께 했다. 성소수자, 연구자, 연대경제주체, 노동조합원 등 먹는 행위를 하는 모든 사람이 모였다. 또한, 우리의 투쟁을 예술로 승화해 보여준 수많은 예술가들이 함께 했다.
2007년 열린 1차 닐레니포럼은 식량주권의 정의를 내린 역사적 포럼이었고, 2015년 2차 닐레니포럼은 농생태학의 정의를 내리며 국내의 식량주권운동의 활동방향을 제시했다. 10년 만에 열린 이번 3차 닐레니포럼은 우리의 가치와 정치적 비전을 공유하는 모든 사회·대중운동 세력이 연대와 공동행동을 통해 체제 변혁을 함께 모색하는 포럼으로 제안됐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행동하는가, 우리가 향하는 목표와 나아갈 길, 우리의 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 강화 방안, 앞으로의 길, 체제 변혁을 위한 우리의 공동서약 등으로 된 94가지 내용이 담긴 제안문을 두고 전체회의-참가 단체별 회의-대륙간 회의(우린 아시아 태평양권)를 거치며 초안이 나왔고 다시 수정안을 내면서 포럼은 막을 내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미스티카(의식)였다. 모든 시작을 미스티카로 땅과 우주의 온 기운을 모아 우리의 단결된 힘을 증폭시킨 듯 했다. 마지막 의식은 인드라망을 비추면서 스리랑카 전통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끝없이 연결돼 있고, 관계를 맺고 있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모두 연결돼 있어 어느 곳 하나 허투루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종선언문은 11월 15일 브라질의 COP-30(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 열리는 곳에서 ‘민중의 힘’이라는 대회를 개최해 발표하기로 했다. 닐레니포럼을 준비하기 위해 모인 글로벌 운영위는 올 연말까지 조직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선언문에는 식량주권, 토지권, 종자권, 페미니즘, 원주민의 권리, 에너지주권 등을 지키기 위해 계급, 인종, 여성혐오, 종교, 가부장제의 차별에 맞서서 연대하고 공동 캠페인을 벌이자는 내용이 담겼다. 참가자들은 AI를 이용해 일상을 디지털화하고 금융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억압과 통제에 직면해 불평등과 착취가 더 공고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기후스마트 농업이라는 거짓 해결책으로 우리의 땅과 토지를 수탈하고, 생태계 파괴 및 불평등을 야기시키고 있음도 확인했다.
또한 팔레스타인에서 진행 중인 집단학살에 반대하며, 콩고, 남수단 등에서 집단학살을 가능하게 하는 다국적 기업과 제국주의 세력에 맞서 글로벌 공동행동을 할 것을 결정했다. 식량을 무기화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고, 보건시스템의 민영화 및 상업화에 맞서고 자원약탈에 반대하며, 산업적 양식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채무탕감 등 반부채운동을 위한 공동행동도 합의했다.
우리는 강과 호수에서, 우리땅을 가로질러 바다에 이르기까지 생태농업 관행을 기반으로 민중경제와 식량주권을 계속 발전시키자고 했다. 토지, 씨앗, 물은 우리 모두의 공유자산이며, 투쟁과 변혁적 연대를 통해 이를 보호하고 되찾을 것을 결의했다.
또한 농민권리선언(UNDROP)에 대해 UN에서 구속력 있는 이행계획이 나오도록 하는 활동들도 논의했다. 향후 풀뿌리페미니즘, 반인종주의, 다양성, 돌봄, 식량주권을 주제로 하는 학교를 운영하기로 하고 다양성과 청년 등 미래세대가 우리의 힘임을 강조했다.
식량주권과 체제 전환은 카스트, 인종, 성별, 계급에 의한 차별과 억압의 철폐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여기에 함께 한다. 체제 전환은 지금부터 그리고 영원히(We are in this, together. Systemic Transformation, Now and Forever).” 선언문의 마지막 문구이다. ‘Now or Never’에서 ‘Now and Forever’로 수정되었다.
올해 COP30에서부터 내년에 열리는 세계사회포럼을 지나 우리의 연대와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From the River to the Sea. Free Free Palestine.(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포럼 기간 내내 가장 많이 외친 구호다.
스리랑카에 좌파정권이 세워져서 그런지, 닐레니포럼은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지지와 옹호 속에 치러진 듯하다. 자연을 헤치거나 거스르지 않고, 조화롭게 스리랑카의 주택이나 농장이 지어져 있어 인상 깊었다.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소중한 그들의 생활방식과 거주지가 파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