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정책, 농가 소득·소비 확대 둘 다 놓쳤다

2025-09-14     한국농정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밀 자급률 5% 달성 목표를 세웠으나 실패했다. 이 추세라면 5년 뒤인 2030년 10% 자급률 목표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산 밀산업 육성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이유다.

농식품부는 지난 2020년 국산밀산업육성법 제정 이후 5년 단위(2021~2025년) 법정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1차계획)으로 생산부터 유통, 소비시장 확보까지 분야별 추진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1차계획이 밀 자급률을 높일 핵심인 ‘생산과 소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음을 이번 자급률 달성 실패로 확인할 수 있다.

자급률은 밀 생산기반을 얼마나 확대하는가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기후위기에 더해 벼농사와의 이모작에 밀이 불리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밀농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소득지원과 전량수매 정책인데, 과연 정책이 충분히 설계됐는지 평가해야 한다. 전략작물직불금이 이전보다 확대됐어도 농가소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소비 확대 정책도 미흡하다. 국민 1인당 밀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수요가 국산 밀로 채워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수입산과의 가격 차이다. 국산과 수입산 밀의 가격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소비 확대 정책의 핵심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해법이다.

하지만 새로운 2차계획(2026~2030년)을 통해 농가소득 안정 장치를 강화하고 혁신적인 소비 확대 방안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파악되는 정부의 밀 생산분야 정책 방향은 품종 변경과 고품질이 중점이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면용(국수용) 밀을 주로 심는 생산지의 환경을 제빵용 밀로 바꾸자는 것이며, 여기에 품질을 높여 수요처를 확대한다는 설계다. 한마디로 농가에게 품종을 바꿔 농사를 더 잘 지으라는 숙제를 안기고 있다. 일면 타당하나 결코 밀 자급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은 아니다. 현재 제빵용 밀을 심는 농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그간 밀 자급률 목표치를 한 번도 달성한 적이 없었다. 국산밀산업육성법이 제정되기 전이나 후 모두 마찬가지다. 밀 정책 실패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정부의 무관심인지 무능력인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생산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농가 소득지원 방안과 소비 확대 방안 둘 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국산 밀 사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국산 밀 사용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공격적 수요 확대 정책만이 자급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케이푸드(K-FOOD) 열기에 힘 입어 라면·떡볶이·만두·핫도그 등의 수출량이 급증한다는데, 밀 자급률이 겨우 1%라니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