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도농이원화와 도농일체화

2025-09-14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중국에서 도시를 뜻하는 한자는 성(城)이다. 그래서 도시를 보통 성시(城市)라고 쓴다. 반면 농촌을 뜻하는 한자는 향(鄕)이다. 그래서 농촌을 보통 향촌(鄕村)이라고 쓴다. 따라서 도시와 농촌을 줄여서는 성향(城鄕)이라고 쓴다.

마오쩌둥은 신중국 성립 후 거대한 중국을 통제하는 방법의 하나로 도시와 농촌을 이원화했다. 이를 도농이원화(城鄕二元化)라 부른다. 도시와 농촌을 분리해 각기 다른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이는 마오쩌둥이 모델로 삼았던 구소련의 스탈린식 사회통치 방식을 따른 것이다. 그는 신중국 성립 후 산업을 일으킬 자본, 즉 진정한 사회주의를 만들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도시와 농촌으로 나눠 농촌을 압착해 나온 자본으로 도시를 발전시켰다. 말하자면 원시 자본을 농촌에서 만들어 도시를 키운 것이다.

마오쩌둥식 도농이원화는 여러 문제점을 낳았다. 농산물가격을 철저하게 통제했고 농촌주민의 도시 이주를 통제했다. 농촌주민이 설사 도시로 이주하더라도 도시민으로서의 온전한 권리를 가질 수 없었다. 소위 3농 문제, 농민공 문제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때문에 도농이원화 정책은 농민을 ‘내부 식민’, 농촌을 ‘내부 식민지’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반대 주장도 존재한다. 마오쩌둥 시기부터 도농이원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남미나 동남아시아처럼 농촌에서 도시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없어 빈민촌이 난무했을 것이고 이로 인해 큰 사회적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도농이원화 정책으로 농민이 도시로 이주하더라도 나중에 농촌으로 돌아오면 자신의 농토가 보장되기 때문에 사회순환적인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농이원화 정책은 불평등과 양극화 등 각종 사회 모순과 갈등을 초래해, 중국 정부는 도농이원화 정책을 폐기하고 도농일체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주택·의료·교육·문화·환경·교통 등 어느 것 하나 앞서지 않는 농촌의 인프라 시설을 확충하고 개선해 도시와 농촌 간 불균형을 완화함으로써 농촌에 살아도 도시적인 사회서비스 혜택을 받도록 했다. 후진타오 시기의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 시진핑 정부 초기 실시된 신형 도시화(城鎭化), 현재 진행되고 있는 향촌진흥 정책이 대표적이다.

도농일체화의 핵심 정책 중 하나는 행정통합이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베이징, 상하이 등 5대 직할시를 제외하고 성(省) 산하의 거의 모든 행정구역을 지급시(地級市) 체제로 재편했다. 지급시 아래에는 구(區), 현급시(縣級市), 현(縣)이 있다.

중국에서 행정구역 단위를 거점 도시 중심으로 넓게 잡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은 과거 농촌이 도시를 먹여 살렸다면 이제는 도시가 농촌을 먹여 살린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농촌 지역을 다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각 지역의 거점 도시가 농촌 지역을 지원해 도농일체화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뜻이다. 베이징을 서울보다 26배나 크고 인구 2200만명의 대도시로만 알고 있지만 베이징 인구의 약 10분의 1은 농촌에 거주하고 있고 실제 농민도 20만명에 달한다. 그래서 베이징시는 농업농촌국, 농림과학원 등을 두어 농업과 농촌을 진흥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 행정통합을 통해 얼마나 효과를 보았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 더 살펴봐야겠지만 발전된 도시의 자본과 서비스가 농촌으로 확대되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 정부 들어 5극 3특 체제를 추진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균형성장을 이룩하겠다고 하며, 전주·완주 간 통합 등 지자체 차원에서도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과연 농촌과 농촌 지역 주민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도농일체화 발전이 큰 흐름이라면 정책 추진 과정에서 또다시 농촌 지역 주민들이 소외당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