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밀 자급률 제고, 왜 실패했나

2025-09-14     김수나 기자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밀 자급률 제고를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올해 종료될 예정이다. 지난 6월 11일 전북 김제시 죽산면 신흥리 들녘에서 농민들이 범용콤바인으로 수확한 밀을 톤백에 쏟아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이 올해로 끝난다. 목표는 밀 자급률을 2025년 5%, 2030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었지만, 이에 절반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서 막을 내릴 전망이다.

자급률을 높이려면 획기적인 소비 대책과 동시에 수입 밀과의 가격 차이를 좁힐 방안이 필수라는 지적이 거듭 제기됐지만, 사실상 별다른 대책 없이 5년이 흘렀고 목표는 선언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현재 2차계획을 준비 중이라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는 미지수지만 현장의 전망이 밝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지난달 26일 농림축산식품부 전략작물육성팀은 밀 생산단지 대표, 가공업계, aT 등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열고 나름의 방안 일부를 내놨다. 골자는 가공업계 수요가 많은 제빵용 품종의 재배·비축을 늘리고, 업계 공급 전 블렌딩 과정을 신설해 수입 밀에 견줘 단백질 함량 편차가 큰 국산 밀의 품질을 균일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밀 농가들은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더 많고, 병충해에도 강한 제면용 품종(새금강)을 주로 재배하고 있어서다. 농식품부는 농가소득을 현재처럼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품종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간담회 직후부터 현장의 비판과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마땅한 수요 제고 방안 없는 품종 변경은 농가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데다 결국엔 또다시 재고 양산이 되풀이될 공산이 커서다. 농식품부도 이를 모르진 않아 보인다. “자급률 제고가 안 된 가장 큰 원인은 부진한 수요다. 수입 밀과 가격이 2배 정도 차이 나는데, 단기간에 가격 격차를 뛰어넘긴 어렵다. 현재는 수요자 중심의 품종 생산과 품질 균일화로 수요를 늘리는 게 일순위다.” 농식품부 담당자의 말이다.

맞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99% (수입 밀)와 1%(국산 밀)의 경쟁이 가능할까. 이런 기조면 애초부터 경쟁은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의 우려다. 아울러 품종이 문제였다면 왜 1차계획 첫 단계부터 제빵용 재배를 유도하지 않았는지, 당시 수요조사는 제대로 했는지란 의문도 뒤따른다.

생산 기반의 안정화, 수입 밀과의 가격 격차 완화를 위해 적극적 예산투입이 필요함에도 현재의 미미한 생산량마저 감당하지 못하고 어려운 과제만을 현장에 던져버린 것이란 지적을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기후변화까지 겹친 상황에서 밀 농사를 견인할 정책적 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