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바보가 되지 않는 법
북한의 과학기술개발 의지는 어제오늘의 모습이 아니다. 한정된 자원과 러시아, 중국 등을 제외하면 국제적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우군도 부족한 상황에서 과학기술의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은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도 반복적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군사부문의 첨단화는 물론이고 인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과학기술이 연일 강조되고 있다. 최근 로동신문이 과거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다시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6일 신문은 2019년 10월 김 위원장이 한 농장을 방문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곳에서 그는 “어느 부문, 어느 단위에 가서나 늘 강조하지만 과학기술을 중시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부닥친 난관을 뚫고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해 나갈 수 있게 하는 만능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버린 인공지능(AI)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 역시 꾸준히 AI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각 분야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AI 기술의 발전은 당연히 농업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바로 농업과학기술 봉사프로그램 ‘황금열매’다. 황금열매는 농업과학원 농업정보화연구소와 황해북도 체신관리국에서 공동 개발 도입한 것으로, 사용자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농업 과학기술 자료들을 열람하고 과학 기술적 문제들에 대한 문답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로동신문은 농장 관계자의 말을 빌려 황금열매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병충해와 그 구제 방법, 각종 비료의 이용 방법은 물론 예견되는 날씨까지 척척 말하는 농학 박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조건에서도 농작물의 안전한 생육을 보장하고 지난해에도 높은 소출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AI 기술을 이용한 기상예보모형의 발전 추세’를 주제로 한 원격강의도 지난달 21일 인민대학습당에서 진행된 바 있으며, 러시아와의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AI 분야 협력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역시 새 정부 출범 이후 AI 기술 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 성장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AI 기술 주도형 초 혁신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내년에 72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AI 3강’ 도약을 목표로 예산 10조원을, 제조업 중심의 피지컬 AI에 6000억원을 지원한다. AI에 필수적인 인프라인 GPU 5만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2조원을 투입할 계획도 밝혔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켜 글로벌 AI 경쟁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AI를 매개로 한 남북협력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기후를 예측하고 이를 농업 생산에 반영하는 AI농업은 북한이 절실히 바라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AI 개발 동향을 언급하며 “전 세계가 지금 AI 혁명의 한복판으로 진입하고 있는데 북한도 아마 조바심이 날 것, 그런 점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협력 분야가 남북협력에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 북한 당국이 강한 거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에 ‘이제 남북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고 상상해야 한다. 어느 과학자(찰스 스타인메츠)의 말처럼 “어리석은 질문이란 없으며, 질문하기를 그만두지 않는 한 누구도 바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