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키운 만큼 조합원 편익 보장 노력도 강화한 농협

위기의 시대, 지역농협의 분투④ 전남 순천 순천농협

2025-09-01     강선일 기자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기후위기와 농촌 고령화 및 인구 감소, 지역 양극화 등 온갖 위기가 중첩된 가운데 지역농협들은 각지에서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농정>은 농업·농촌·농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분투 중인 지역농협들을 소개함으로써, 위기의 시대에 농협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진단해보고자 한다. 본 기획은 <한국농정>과 농협조합장 정명회가 함께 진행한다.
지난달 25일 방문한 전남 순천시 순천농협 파머스마켓 로컬푸드 직매장. 순천농협은 지난해 말 약 4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개장 첫해였던 2020년 대비 291%의 성장세를 보였다.

‘합병을 통한 규모화로 경쟁력 강화’와 ‘소멸위기 지역의 농협 유지·강화를 통한 지역민 권리 보호’. 이 중 무엇이 더 지역농협의 미래, 나아가 농업·농촌·농민의 미래에 좋을지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아직 전개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건, 농협 통합 문제는 지역 실정에 맞게 진행해야 하며, 지역농협 합병 시 관할 지역(정확히는 농협 합병에 따라 지역농협이 사라지고 통합 농협의 지점이 설치된 지역) 농민의 권리가 결코 소홀히 취급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남 순천시 순천농협(조합장 최남휴)은 ‘대단위 합병 농협’의 모범을 보이는 곳이라 하겠다. 순천농협은 1997년 순천시 관내 13개 농협의 대단위 합병을 통해 전국 최대 규모의 통합 지역농협(2025년 현재 조합원 약 1만8500여 명)으로 거듭났다. 이어 2000년엔 전문 경영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 통합 농협으로서의 경영 역량 강화 노력을 기울였다.

순천농협이 2020년 4월 개장한 ‘파머스마켓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경제사업 기반 경영 역량 강화 노력이 빛을 발하는 공간이다. 파머스마켓 로컬푸드 직매장은 개장 첫해 약 14억9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약 43억원으로 개장 첫해 대비 291% 성장했다. 올해는 7월 말 기준으로 이미 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연말까지 5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상태다.

그러나 경영 역량 강화와 별개로, 대규모 합병농협 체제 탄생 뒤 본점 주도 하의 획일적 사업 운영만으론 지역별 농업환경에 발맞춘 사업을 펼치기도, 과거 별도 지역농협이 있었던 순천 관내 각 지역 조합원의 다양한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기도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했다.

2023년 처음 조합장으로 당선된 최남휴 순천농협 조합장은 이러한 문제를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여겼다. 그는 당선 직후인 2023년 4월, 조합원으로 구성된 지점별 ‘편익사업선정위원회(편익사업선정위)’를 발족시켰다.

각 지점 관할 지역 조합원들은 편익사업선정위에 참여해 지역에 필요한 편익사업이 무엇인지 논의했고, 이 논의 결과에 따라 그해 10월부턴 10억원의 예산으로 편익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순천농협은 보다 체계적이고 공정한 사업 운영을 위해 지난해 2월엔 편익사업선정위원회 운영규정을 제정했고, 올해는 편익지원사업 예산을 12억원으로 늘렸다.

처음 편익지원사업을 진행할 시엔 조합원 대상 영농자재 지원사업이 주를 이뤘다가, 지난해엔 영농기술교육 및 농산물 홍보 영역으로, 올해는 고령 독거 조합원 대상 반찬 나눔, 한방진료, 찾아가는 농기계 수리 지원 등 복지사업 영역으로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 이 역시 편익사업선정위의 논의에 따른 결과다.

최근 진행된 편익지원사업 예시를 들자면, 우선 순천농협 서면지점에서 7월 28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5일간 진행한 ‘여름철 소형 농기계 수리센터 무료 운영’을 들 수 있다. 예취기·경운기·관리기 등 영농 성수기에 사용 빈도가 높은 소형 농기계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리했으며, 수리비는 전액 농협이 부담했다.

조합원 대상 한방진료도 눈길을 끈다. 순천농협은 고령 조합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개안사업(백내장 시술비 지원), 치과 검진, 독감예방주사 지원 등의 건강 관련 복지사업을 진행해 왔다. 다만 일부 사업은 지자체 복지사업과 중복되는 경우가 있어, 현재는 중복을 피하며 조합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규 복지사업 발굴에 힘쓰고 있다는 게 순천농협 측의 설명이다.

최남휴 조합장의 새로운 시도는 편익사업선정위 발족만이 아니다. 그는 농협 조직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조합장 당선 뒤 전국 지역농협 중 최초로 ‘청년이사제’ 도입에 나섰다.

순천농협엔 약 600여명의 청년조합원(만 45세 미만)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웠다는 게 최 조합장의 고민이었다. 이에 순천농협은 청년조합원 간 교류·소통 강화를 위해 ‘순천농협 청년조합원회’를 구성한 뒤, 만 45세 미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청년이사 1명의 선출을 제도화했다. 순천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청년이사제 도입 인가를 받은 뒤 이를 농축협 정관례에 반영함으로써, 타 농협에서도 청년이사제를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