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3차 시범사업, 변죽만 울리다 그대로?

1차 시범사업 때와 똑같이 ‘비수기’·‘토요일’ 휴업 전망 유통주체 등 반발에 교차휴업 시도는 결국 ‘없던 일’로

2025-08-21     장수지 기자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문영표, 공사)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3차 시범사업의 물꼬를 텄다. 다만 기존에 시장 안팎에서 흘러나왔던 ‘교차휴업’ 형태가 아닌 1차 때와 동일한 ‘비수기 토요일 휴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시범사업은 주 6회 강도 높은 야간 업무로 인한 시장 내 인력 수급의 어려움 등을 타개하고 시장 주체들의 노동시간 개선 및 노동여건 개선을 위해 지난 2023년 시작됐다. 시장 내 노동여건 개선 필요성엔 공감하나 시장가격이 소득과 직결되는 만큼 휴업으로 인한 물량 쏠림 및 가격 폭락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선행한 뒤 시범사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농민 등 출하자 입장이 시범사업 추진 과정 내내 충돌한 바 있다. 특히 출하자 측에선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추후 개장일 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비수기뿐만 아니라 성수기까지 포함한 시범사업으로 휴업 시의 가격 영향을 보다 정확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공사는 그간 의견 차를 봉합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검토 협의체 및 시장관리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1차 시범사업(2023년 11·12월, 2024년 3월 첫째주 토요일)과 2차 시범사업(올해 2월 둘째주 및 3월 첫째주 수요일)을 실시한 바 있다. 시장가격 상황 및 정부 물가 관리 정책 등에 휩쓸려 1·2차 시범사업 모두 당초 계획과 달리 축소·수정된 형태로 실시됐지만, 공사에선 다양한 시범사업을 시도해 출하자인 농민 피해가 가장 적으면서도 시장 노동자들의 휴업 효과가 높은 방식을 찾아갈 계획이었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2차 시범사업이 실시된 지난 2월 12일 서울 가락시장 채소2동 경매장이 텅 비어있다. 한승호 기자

특히 3차 시범사업의 경우 품목·부류별 교차휴업 형태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공사가 유통주체 등과 협의체 회의 전 사전 협의한 결과 ‘연중 월 1회 휴업 정례화’를 강하게 요구한 데다 교대로 휴업하는 방식 자체가 유통주체 측에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공사는 3차 시범사업 일정을 오는 11월과 12월, 내년 3월과 4월 첫째주 토요일로 잡아둔 상태다. 1차 시범사업 때와 똑같은 방식이다. 이성재 공사 유통혁신팀장은 “유통주체뿐 아니라 산지를 찾아 의견을 모았고 겨울철 비수기에 4번 정도 시범사업을 하는 것으로 추진안이 정리됐다”면서 “시범사업을 진행할수록 민원도 줄고 시장이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형태는 똑같지만 시범사업을 반복함으로써 관련 데이터를 좀 안정적으로 확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기관에서 실시한 시범사업 영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요일에 휴업한 지난 2차 시범사업의 경우 토요일에 휴업한 1차 때보다 가격 결정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토요일 휴업이 보다 안정적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협의체 출하자 측 위원으로 활동 중인 채호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이전에는 교차휴업 얘기도 들리고 하더니 결국 1차 때와 똑같이 토요일 휴업을 비수기인 동절기에 다시 실시하겠다고 한다. 가격에 큰 영향이 없을 것 같은 시기와 날짜만 골라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게 결과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유통주체 측 의견에 따라 공사에서도 월 1회 휴업을 정례화하려는 것 같은데 이런 식의 시범사업으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월 1회 휴업이 확정된다면 이후 발생할 출하자인 농민들의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공사는 22일 협의체 회의를 거쳐 오는 9월 11일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 3차 시범사업 추진 계획안을 상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