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도시화는 3농의 종말을 의미할까

2025-08-17     김유익 한중문화교류 코디네이터
김유익 한중문화교류 코디네이터

 

<소현대성(小縣大城)>은 20년 넘게 중국에서 진행돼온 사회운동인 신향촌건설운동 진영의 브레인 중 한 명이며 인민대학교 농업 및 농촌발전대학 소속 저우리 교수의 최신 저작이다. 이 제목은 상하이교통대학의 경제학자 루밍 교수가 2016년에 출간한 저작 <대국대성(大國大城)>과 대구를 이룬다. 후자는 상하이·베이징·선전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거대도시, 그리고 경제가 나날이 발전하는 동남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책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발전주의 논리에 대응하며 정반대 편에 서 있던 것은 농민·농촌·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3농 중시 관점, 혹은 국가정책으로써의 ‘향촌진흥’ 등으로, 양측의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 딜레마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국 정부와 민간사회의 곤혹스러움이 드러난다.

하지만, 특히 미중 냉전과 같은 외부적 경쟁요인, 그리고 인민들의 경제 수준 향상 요구라는 내적 요인의 압력 속에 도시화 요구는 거침없이 진행됐다.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응답 중 하나는 외향형·개방형 경제 구조 속에서 발전해 나가는 연안 대도시와 함께 내륙·농촌 지역의 중소형 도시를 함께 키워 나가는 ‘신형 성진화’ 정책이다. 이 정책의 시행결과나 농촌 지역의 내적 요구에 의한 발전이 진행돼온 결과를 분석한 것이 바로 저우리 교수의 신간이다.

‘소현대성’이 의미하는 것은 농촌과 지역의 중심인 현성, 즉 우리로 치면 군청소재지 쯤에 해당할 농촌 소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지역의 도시화다. 중국 전역에 2900개 가까이 존재하는 현 지역의 평균인구가 30만명, 현성 평균인구가 10만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소도시 중심 도시화는 빈말이 아니다. 마침 연안 지역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은 중장년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돌아왔고, 경쟁에 지친 젊은이들이 지역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혁개방 초기에는 향진기업 등이 흥한 덕에 농민들이 고향을 등지지 않은 채 농업과 함께 제조업 등에 종사하면서 농가소득이 증가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됐다. 1990년대 이후에는 ‘대국대성’의 고속열차에 올라탄 채 중국 경제가 파죽지세로 성장했지만 동시에 많은 부작용이 생겨났기 때문에 3농 문제가 제기됐던 것이다.

이제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 중 하나로 제시된 ‘소현대성’은 도시화·산업화와 함께 향촌진흥이라는 세 마리 토끼 잡기 과제의 성공 비결이 될 수 있을까? 저우리 교수가 제시한 방안들은 다음과 같다.

농민들은 현성과 인접한 농촌 지역을 오가면서 유연하게 생활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하는 시민이 된다. 현성의 일자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을 올리면서 틈틈이 농사일에 종사하거나, 그 반대로 농한기에 현성에서 추가 수입을 올리는 방식이다. 교육·의료 등의 필요에 따라 도시 생활에 중점을 둘 수도 있고, 은퇴 후의 평안한 농촌 생활이 중심이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모델은 농촌 지역에 특정 산업을 육성하고, 농촌 지역 인프라를 도시 수준에 가깝게 업그레이드해서 농민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농업도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정책들의 전제는 도농융합발전인데, 도시와 농촌이 현 지역이라는 하나의 행정 단위로 묶여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새 정부의 출발과 함께 지역분권형 발전논의가 활발하다, 중국의 도시화율 목표로 제시되는 80%를 오래전 달성한 우리에겐 그림의 떡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