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힘없는 여성농민·노동자 무시”하는 대법원 규탄

제주 여성농민·노동자 즉각 석방 촉구 절차도 인권도 없던 재판 진행에 분노

2025-08-14     김수나 기자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재판장의 절차를 무시한 재판 진행과 겁박, 무리한 구속으로 이어진 제주 여성농민과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재판이 대법원 상고심을 앞둔 상태다. 이들의 즉각 석방과 파기환송을 촉구하는 집회가 농민, 노동자 등 350명이 모인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 대법원 후문 앞 대로에서 열렸다.

여성농민 현진희씨(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대정지회장)와 여성노동자 현은정씨(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주지부장)는 집회 과정에서 경찰을 다치게 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및 상해)로 지난 3월 법정 구속돼 현재까지 5개월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2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던 제주 진보운동가들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강제인치에 반대하는 집회 참가 중 경찰들과의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경찰을 다치게 해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사의 항고로 지난 3월 진행된 2심에서 실형(징역 1년 8개월)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됐고 이에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태다.

문제는 재판장인 오창훈 판사(제주지법 형사1부장)가 2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최후진술 뒤 진행해야 하는 배석판사와의 합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반인권적 명령(“어떠한 발언은 물론 한숨과 탄식도 불가하다. 이는 명령이고 어길 시 구속하겠다”)까지 하면서 더욱 불거졌다. 이에 변호인 측은 오 판사를 지난 5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권남용·협박·감금 등 혐의로 고발했으나 현재까지 공수처의 반응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사이 다수의 법학교수·국회의원·종교인까지 나서 불법 재판에 대한 문제 제기와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 및 의견을 대법원에 냈지만, 대법원은 지정된 선고기일까지 미루고 지난달 26일자로 구속기간을 2개월 연장했다.

‘오창훈 불법 재판 규탄! 대법원은 현은정, 현진희 즉각 석방하라! 사법 피해자 현은정·현진희 석방 촉구대회’가 지난 14일 서울 대법원 후문 앞 대로에서 열렸다. 

법률 대리인인 고부건 변호사는 “대법원이 7월 초로 지정된 판결선고 기일을 연기하는 이례적 행태를 보임으로써 구속기간이 연장되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라며 “불구속 재판 원칙에 충실하게 보석을 허가하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고기일 연기와 구속기간 연장은 피고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충분히 보석을 허가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구속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해 피고인들의 고통이 가중됐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 변호사는 이날 집회에서 대법원 선고가 지난 7월 예정됐던 만큼 재판부의 판단은 이미 끝난 셈이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전혀 없는 데도 합리적 사유 없이 구속을 유지하는 것에 분노를 전했다.

현진희씨의 남편인 고봉희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부의장.

구속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족들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진희씨의 남편인 고봉희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부의장은 “아내가 다른 이들을 만나는 걸 힘들어해서 면회도 저만 가고 있다”라며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의도적으로 벌인 이들도 집행유예로 풀어주는데 이 사건은 전혀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계속 구속하니 진짜 억울하고 마음 아프다. 대법원이 빨리 보석과 파기환송을 결정해 풀려나기만을 바란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날 대법원 앞 집회에 참여한 고 부의장은 “국민을 우습게 보고 무시하는 재판관은 재판에서 배제돼야 한다”라고 규탄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오창훈 판사의 절차와 공정을 무시한 재판 진행, 심리나 절차 없이 구속기간 만료 하루 전에 전격 연장된 구속기간, 대법원 선고기일을 예정도 없이 미룬 일련의 법원 처사를 놓고 ‘인권침해이자 위법’이며 ‘헌법과 정의를 짓밟는 행위’라는 규탄이 이어졌다.

정영이 전여농 회장은 발언에서 “평생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농업 발전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헌신해 온 두 사람이다”라며 “윤석열 부부는 온갖 추잡한 작태로 수사와 재판을 거부하는데 강제인치에 저항하는 우발적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이렇게 가혹한 형벌을 받아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한편 이날 현진희씨가 지난 6일 제주교도소에서 보내온 편지 내용도 소개됐다. 현씨는 먼저 대법원 앞 1인 시위, 8000여명의 1차 탄원, 1만4000여명의 2차 탄원, 국회 기자회견, 제주에서의 석 달간 1인 시위 등 그간 석방 투쟁을 지속해 온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어 지난 5개월간의 구속에 대해 “내란수괴 윤석열은 강제인치를 못해서 체포영장까지 발부해 수사하려는 걸 보면 강제인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내란세력이 청산돼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