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2025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2021년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만장일치 의견으로 대한민국의 지위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됐습니다.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되기 이전부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지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이 된 지 불과 몇 년 만에 후진국으로 되돌리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후진국의 대명사인 친위쿠데타가 벌어진 것입니다.
2024년 12월 3일 그날 저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바람에 밤새도록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까맣게 몰랐습니다. 마침 여의도 인근에 있던 아들 녀석은 그냥 이것이 뭔 일인가 싶어 국회의사당 쪽으로 갔다가 역사의 한 장면을 구경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며칠 지나 고3이었던 딸아이에게 너희 또래들은 뭐라고 그러는지 물어보니 이런 저런 얘기도 있지만 6시 이후 통행금지시키려 했다는데 그것 때문에 막 욕을 했다고 합니다. 성인이 되면 술집에 가보려 하는데 이거 미친 짓 아니냐고 막 욕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계엄은 불가능한 일이구나 싶습니다. 젊은이들이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6월 10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4:0으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한국 축구대표팀은 11회 연속 FIFA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전광판에 대표팀 감독의 얼굴이 비춰질 때마다 관중들은 야유를 퍼부었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떤 관중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요즘은 결과가 다가 아니잖아요. 과정이 중요하잖아요.” 아마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과정이 중요하냐, 결과가 우선이냐 하는 것은 오래된 명제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윤석열씨도 자기 딴에는 어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엄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게 지금 시대에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과정이라는 것을 구치소에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개선의 여지가 없는 자로 보입니다. 예전에는 경기에서 이기면 모든 게 용서되는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그런 것이 다가 아닌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사람을 치료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병을 낫게만 해주면 되었습니다. 개인의 운명은 시대의 운명을 절대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던데 공감 가는 말입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요즘 시대 환자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지금 무슨 치료를 받고 있는 건지, 한약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는지 당연히 알고 싶어합니다. 솔직히 저도 아직 미완성의 인격체인지라 이런 부분이 정말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이런 것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유튜브, 인터넷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정보를 습득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제대로 알려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과정이 중요하려면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어야 합니다. 또 과정을 중요시하면 굉장히 더디고 시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다면 그게 이상한 것입니다. 귀찮을 수 있고 더디더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부족한 면들이 있기에 이해할 수 있는 이런 과정을 통해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