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 3특’, 수도권의 전기·폐기물 자체 해결부터

2025-07-27     한승호 기자
하승수 대표.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 199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해 왔다. 현재는 농촌·농업·농민을 옹호하는 공익법률단체인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예산감시운동 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5극 3특’을 통해 수도권 일극 집중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5극’이란 수도권 일극에 대비되는 말이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광주-전남권을 ‘또 하나의 극’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3특’은 5극에 포함되지 않는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강원, 전북, 제주를 특별자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5극 3특’ 자체는 새롭지도 않고, 타당성과 현실성도 떨어진다. 그리고 핵심적인 논점을 피해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제대로 된 토론이 필요하다.

‘5극 3특?’,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부터 중단해야

‘5극 3특’이라는 얘기가 나온 이유는 수도권 일극 집중 문제 때문이다. 수도권 인구는 2019년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감소와 지역침체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수도권 일극 집중은 저출생 문제를 낳은 근본 원인 중 하나이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수도권의 집값이 급등하고 사람들의 삶은 팍팍해졌다. 많은 청년들은 안정된 주거를 마련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 결과 출산율이 떨어진 것이다. 그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 17개 시·도 중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이 서울특별시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5극 3특’을 내세운다고 해서 수도권 일극 집중이 완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에도 ‘초광역 경제권 구상’ 등 유사한 얘기들은 넘쳐났다. 그러나 수도권 일극 집중은 완화되기는커녕 심화되기만 했다.

그 이유는 정작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멈추지 않으면서 말로만 떠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려면, ‘해서는 안 될 일’부터 그만둬야 한다. 수도권 일극 집중을 심화시키고 다른 지역에 피해를 주는 일부터 중단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경기도 용인에 조성한다는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부터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다. 용인에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 자체의 경제적·정책적 타당성도 따져볼 문제이지만, 설사 그것이 성공 가능하다고 해도 수도권 일극 집중을 심화시킬 뿐이다. 수도권으로의 일자리 쏠림, 인구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는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는 원전 10기 분량에 해당하는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의 계획은 그중 30% 정도만 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건설해서 용인 주변에서 자체 조달한다는 것이다. 모자라는 70% 이상의 전기는 호남과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기를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해서 끌어온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전남과 전북 등 곳곳에서 초고압 송전선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일을 하면서 어떻게 ‘5극 3특’을 얘기할 수 있는가?

호남은 수도권을 위해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만 하고, 수도권은 다른 지역의 희생 위에 전력을 받아쓰기만 하는데, 무슨 ‘5극’이고 ‘3특’인가? 이런 일을 계속하면서 ‘5극 3특’을 얘기하는 것은 ‘거대한 기만’이 될 수밖에 없다.

‘5극 3특’을 얘기하려면, 가장 먼저 중단해야 할 일이 다른 지역 전기를 끌어다 쓰겠다는 계획이다. 그것은 수도권이 다른 지역을 식민지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일극 집중이 아니라 다극화된 사회가 되려면, 자기 지역에서 필요한 전기는 자기 지역에서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수도권은 폐기물을 버리기만 하고 다른 권역은 폐기물을 받아들여서 환경이 오염되기만 한다면, 그것은 수도권이 다른 권역을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쪽은 본국이고 한쪽은 식민지인데, 무슨 균형발전이고 ‘5극 3특’인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산업폐기물 정책공약 국정과제 반영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한 농촌 주민이 폐기물 매립장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5극 3특’ 간 폐기물 이동을 제한해야

짚을 문제는 또 있다. 한쪽에서는 폐기물을 버리기만 하고, 다른 쪽에서는 폐기물을 받아들여 소각하고 매립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면, 그것도 수평적인 관계가 아니다.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겠다면, 수도권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수도권에서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권역들도 자기 권역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스스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수도권에서 나오는 산업·의료폐기물들이 비수도권 지역과 농촌지역으로 밀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경북의 경우에는 경북지역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의 7배 이상을 소각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북지역 곳곳에서 새로운 소각장, 매립장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에 전국 의료폐기물의 30% 가까이가 나오는 서울에는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하나도 없다. 이것이 불평등한 폐기물 처리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다른 비수도권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충남지역에서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기물의 62%가 외부에서 반입된 폐기물이라는 지적도 있다(2023년 국정감사 자료). 인구도 별로 없는 농촌지역으로 산업폐기물 시설이 몰려드는 것은 매우 정의롭지 못하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권역 폐기물은 자기 권역에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5극 3특’은 수도권과 다른 권역을 동등하고 수평적인 관계로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다른 지역에게 수도권 폐기물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따라서 진짜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고 ‘5극 3특’을 하겠다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권역 간 폐기물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자기 권역에서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해서 다른 권역에 폐기물 처리를 부담시킨다면, 합당한 비용부담이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산업·의료폐기물의 권역 간 이동을 제한하려면, 산업폐기물 중 매립과 소각, 유해 재활용은 신규 시설부터 공공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권역 간 이동도 규제할 수 있고, 비용 부담도 공평하게 하도록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영리업체들이 산업·의료폐기물을 처리하도록 맡겨 놔서는 안 된다. 영리업체들은 전국 어디에서든 인·허가만 받으면 전국 폐기물을 반입해서 이윤을 챙기려고 하는 것이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미 생활폐기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구조로 되어 있고 ‘발생지 책임의 원칙’도 적용되므로, 이를 산업·의료폐기물에도 적용하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수도권은 폐기물을 버리기만 하고 다른 권역은 폐기물을 받아들여서 환경이 오염되기만 한다면, 그것은 수도권이 다른 권역을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쪽은 본국이고 한쪽은 식민지인데, 무슨 균형발전이고 ‘5극 3특’인가?

환경운동연합과 공익법률센터 농본은 지난 7일 전국 각지 산업폐기물처리장 관련 주민대책위원회들과 함께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폐기물 정책 전환 공약을 국정과제에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한승호 기자

농촌·농업 소외시키는 ‘5극 3특’ 안 돼

한편 ‘5극 3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업과 농촌을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은 전 국민의 생존기반이다. 그런데 ‘5극 3특’ 구상 속에 농업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가 보이지 않는다. ‘5극 3특’을 추진한다면, 모든 지역에 보편적으로 깔려야 하는 것이 농업정책이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전체의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을 올리려면, ‘5극 3특’ 별로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을 올릴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역 내에서 먹거리가 순환하는 체계를 어떻게 갖출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그러니까 ‘5극 3특’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필수정책이 농업정책이다. 그런데 이런 고민이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5극 3특’이 농촌을 소외시키지 않으려면, 농촌지역에서 자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의사결정의 권역이 넓어질수록 인구가 적은 지역은 소외되기 쉽다. 뿐만 아니라 ‘메가시티’ 같은 단어 자체가 농촌을 소외시키는 것이다. 농촌은 ‘시티’가 아니다.

따라서 ‘5극 3특’을 추진하려면, 농촌지역에서 읍·면 단위 자치권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읍·면의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필요한 재원도 마련돼야 한다. 읍·면장의 임명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이미 여러 읍·면에서 ‘읍·면장 주민추천제’를 실시해 본 경험이 있다.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겠다는 뜻은 너무 좋다. 그러나 그런 얘기가 공허해지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일들을 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전시성 사업, 아이디어성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오히려 수도권 일극 집중만 심화될 뿐이다.

따라서 지금은 실효성이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출발은 하지 말아야 할 일부터 하지 않는 것이고, 수도권과 다른 권역을 수평적인 관계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농업과 농촌부터 챙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