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안 오면 캐” 흐린 날씨에 감자 수확 ‘구슬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감자 줄기와 검은 비닐을 모두 걷어낸 두둑 위로 땅속 작물 수확기를 매단 트랙터가 운행을 시작한다. 수확기가 네모반듯했던 두둑의 흙을 넓게 펼치듯 훑고 지나가자 100일 가까이 땅속에 숨어있던 감자가 제 모습을 드러내며 쉴 새 없이 올라온다. 조림용 크기의 작은 감자부터 어른 주먹만 한 감자까지 크기도 제각각이다. 밭 두둑마다 일렬로 줄 세우듯 감자가 수북이 쌓이자 농민들과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20여명이 컨테이너 상자에 감자를 담느라 분주하다. 한 두둑에 한 명씩 때론 두 명씩 일방석에 앉아 감자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상자에 담는데 숙련된 일꾼처럼 그 모습이 매우 익숙하다.
지난달 27일 강원 춘천시 서면 방동리 들녘에선 감자 수확이 한창이었다. 이날 밭 작업에 나선 김덕수씨는 “마음 같아선 한 주 정도 더 놔두고 싶었는데 장마 예보에 폭염 소식까지 계속 있어 수확 시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잦은 비에 이어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바로 이어질 경우 수확도 하기 전에 밭에서 감자가 물러질 수 있다고 한다. 수확 하루 전날 작업 여부를 묻는 기자의 전화에 “비만 안 오면 무조건 캐”라고 그가 강조한 이유다. 이날도 비 예보에 흐린 날씨였지만 햇볕이 구름에 가려 감자 캐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여성 외국인노동자들이 밭 곳곳에서 감자를 담는 사이 남성들은 감자가 가득 담긴 상자를 트럭에 싣기 시작했다. 저온저장고로 옮기기 위해서다. 밭 한가운데로 트럭이 천천히 움직이자 외국인노동자들이 짝을 이뤄 상자를 날랐고 수십여 개의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 적재함이 금세 가득 찼다.
이날 오전 1000평 규모의 감자밭 수확은 세 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컵라면 등으로 새참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은 이내 다른 밭으로 이동했고 그 자리에서 다시 감자 줄기와 검은 비닐을 걷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발길을 돌리는데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감자 수확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고 밭일에 상기된 몸의 열기를 식히는 데는 충분했다. 그리고 농민의 바람대로 2300평 감자밭은 이날 무사히 수확을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