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자력갱생의 결과
최근 북한이 서울시 전체 면적보다 넓은 규모의 농경지를 늘렸다는 소식이 전해져 흥미를 모았다. <노동신문> 6월 보도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부터 지금까지 6년간 전국적으로 5만8500여정보(1억7550만평)의 새 땅이 농업토지로 등록되고 2만1000여정보(6300만평)의 농경지가 환원 복구됐다고 한다. 새 농경지로 등록되거나 환원 복구된 약 2억4000만평(약 793.4㎢)은 서울시 전체 면적 약 605㎢(2025년 기준)보다 넓은 규모다.
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고 ‘농업전선은 정면돌파전의 주타격전방’임을 강조한 2019년 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 결정으로부터 6년간 이룬 성과라고 자찬했다. 2019년은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고, 12월 초 김정은 위원장이 이른바 백두산 구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노선 고수를 선언한 해다. 당시 북한은 핵무기 노선의 고수와 함께 경제정책의 최전선으로 농업생산을 강조했다. 신문은 북한 당국이 새 농경지 확보 및 복구를 위해 지난 6년간 전체 인민과 함께 △전 군중적인 새땅찾기운동 △간석지 개간 △농경지 환원 복구가 진행돼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앙과 각 도, 시군에서 필지별로 정확한 토지조사등록 사업을 진행하고, 위성자료를 활용해 산림과 수역 등 부문별 토지의 이용실태를 파악해 새로운 농지를 등록했으며, 물 부족으로 활용할 수 없거나 수해로 유실됐던 농지도 관개시설 보수 및 확대로 복구했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주장처럼 서울시 면적만큼의 농지가 정말 새롭게 확보됐는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선진 영농기술과 자재 및 비료의 부족으로 단위별 식량 생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북한의 입장에서 질보다 양을 늘려 생산량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알 수 있다. 북한식 자력갱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최근 북한 매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유기농법 관련 소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남한에서도 도입된 바 있는 ‘우렝이 농법’을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지력을 높이면서도 소출을 올릴 수 있다’며 전국 단위로 추진하고, 해충을 죽이는 천적 기생벌인 ‘붉은눈알기생벌’을 활용한 해충구제방법도 소개했다. 또한 라선시 양곡관리소에서 생산하는 ‘청학산’ 상표 양곡가공품(백미, 찹쌀, 기장, 조 등)을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건강식품이라 홍보하고, 유기농 품질인증을 받은 백미 생산체계를 새로 구축해 ‘국내 상업봉사망과 국제 상품전람회에 출품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이 최근 유기농법 도입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춰 생태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식량생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생산성을 높이려는 또 다른 자력갱생의 모습인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지난 정부 시기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남북관계의 회복을 천명하고 있다. 동시에 통일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주민접촉신청을 적극 수리하고 있다. 막혀있던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도 적극 권장하겠다는 모양새다.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북한의 인식이 전과 같지 않고, 국내 민간의 내부동력도 많이 약화된 지금이지만 의지가 확고하다면 길은 열릴 수 있다. 남북농업협력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위기’를 남북이 함께 풀어갈 수 있다. 북한의 자력갱생에 우리의 협력이 더해진다면 매년 반복되는 ‘북한 식량 위기설’도 멈추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한’ 북한의 자력갱생을 마냥 비웃으며 폄하하는 우리의 궁핍한 마음부터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