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유임 철회하고, 대통령의 진정성 보여줘야
이재명정부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사가 논란이다. 송미령 장관을 유임시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철회돼야 한다. 다른 장관 인사를 백번 잘해도, 이번 송미령 장관 유임 결정 하나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인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송미령 장관 유임이 부적절한 이유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당장 내란 연루 문제가 있다. 작년 12월 3일 내란 당시의 상황만 따지자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보다 김문수 전 노동부 장관이 연관성이 덜하다. 송미령 장관은 비상계엄 전에 개최된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김문수 전 장관은 참석 자체를 안 했기 때문이다.
내란죄는 부화수행(附和隨行)한 자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게 되어 있는 범죄이다. 단순히 따라서 하는 행위만 해도 처벌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송미령 장관이 자신은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동원됐다’고 주장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그것도 부화수행에 해당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이후에 내란 특검의 수사·기소를 지켜봐야 하지만, 설사 송미령 장관이 형사상 처벌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란을 막지 못한 국무위원’으로서의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한다. 그런데 그런 장관을 유임시킬 수 있는가?
내란 연루, 농민 모욕 장관이 ‘실용’과 ‘통합’?
‘실용’과 ‘통합’을 얘기하는데, 송미령 장관은 ‘실용’과도 거리가 멀고, ‘통합’과도 거리가 멀다. ‘실용’적이라고 하려면 일이 되게 해야 하는데, 송미령 장관은 일이 되게 하는 게 아니라 일이 안 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했다.
송미령 장관은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등 농업 4법 개정 반대에 앞장섰다. 그 당시 발언들을 보면, ‘실용주의자’가 아니라 ‘윤석열과 이념을 같이하는 맹신론자’에 가깝다. 쌀값 안정과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반대만 했다. 윤석열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하고, 언론들 앞에서 이를 정당화했다. 이런 행태가 어떻게 ‘실용’인가?
다른 정책과 관련해서도 송미령 장관이 유능하다거나 역량을 보여줬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2024년 쌀값이 폭락하는데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윤석열정권이 약속했던 ‘80kg 기준 20만원’보다 쌀값이 한참 떨어지는데도 주무부처 장관이 책임지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무리한 ‘벼 재배면적 감축’ 같은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농민단체들과의 소통도 낙제점이었다. 자신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단체나 사람하고만 소통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게다가 송미령 장관은 농업 4법에 대해 ‘농업을 망치는 4법(농망4법)’이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법률이 ‘농망법’이라면 농민들이 농업을 망치려고 이런 법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말인가? 송미령 장관은 정책에 대한 이견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농민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
이런 장관을 임명하는 것이 어떻게 ‘통합’이 될 수 있는가? 도대체 누구와 통합하겠다는 것인가? 농민들은 통합의 대상이 아닌가? 송미령 장관을 유임시키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모욕한 사람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잘못된 인사는 속히 철회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송미령 장관 유임 결정을 철회하지 않고 유지한다면, 이재명정부의 농정개혁 의지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아니 농업·농촌·농민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이 있는지조차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윤석열정권의 장관 중 한 명을 유임시키는 것이 ‘보수도 끌어안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치자. 그게 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어야 하는가?
윤석열정권에서 농업·농촌·농민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무시당하고 소외당해 왔다. 그래서 농민들은 끊임없이 거리로 나와서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야 했다. 농민들은 윤석열정권에 항의하고 투쟁했다. 민주당도 이런 목소리를 반영하여 농업 4법을 추진했다. 비록 윤석열의 거부권에 막혔지만, 민주당의 노력은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데 송미령 장관은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중요임무 종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내란을 심판하고 윤석열정권의 과오를 바로잡겠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했다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다른 어느 부처 장관보다 교체 1순위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런데 유임이라니? 현재 상황은 이재명 대통령이 농업·농촌·농민들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최소한의 정책적·정치적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따라서 하루속히 송미령 장관 유임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농업·농촌·농민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적절한 인사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임명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윤석열정권의 잘못된 농정 기조를 바로잡고, 기후위기 시대에 온 국민의 생존이 달려 있는 식량주권 확보에 대한 의지를 가진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이번에 지명된 다른 부처 장관들을 보면 현역 국회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 필자는 정치인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임명되는 것도 좋다고 본다. 관료집단에 휘둘리지 않고, 대통령과도 소통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직접 농업·농촌·농민 챙겨야
그리고 이재명정부가 위기에 놓여 있는 농업·농촌·농민을 살린 정권으로 평가받으려면, 대통령이 직접 농업·농촌·농민을 챙겨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농촌 출신 아닌가?
기후위기로 인해 농사짓기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농산물 가격은 불안정하다. 산불과 가뭄, 홍수, 이상기후 등 재난은 반복되는데, 그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미흡하다. 고령화된 농민들로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수도권 집중은 가속화되는데, 농촌의 의료·교육·교통 등 생활인프라는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병원과 약국이 문을 닫고, 고령화된 주민들의 이동권이 제약당하고 있으며, 미용실과 식당마저 줄어들고 있다.
AI도 좋고, 반도체도 좋지만,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20%도 안 되는 곡물자급률을 가진 나라의 대통령이 식량주권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농업·농촌·농민 없이 인구 5000만의 국가가 유지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농업·농촌·농민을 챙겨야 할 때이다. AI만 챙길 것이 아니다. 그리고 관심은 조직으로 드러나야 하고, 인사로 드러나야 하고, 정책으로 실현돼야 한다. 대통령실 조직도를 보면, 경제성장수석 밑에 농림축산비서관이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농업·농촌·먹거리단체들은 대통령실에 농업·농촌·먹거리를 전담하는 별도의 수석실을 둘 것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별도 수석실을 두기가 어렵다면, 대통령 직속 기구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위상이라도 강화해야 한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서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회의를 주재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대통령이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으로부터 정례적으로 보고를 받고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농업·농촌·농민 관련 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만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농촌 읍·면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등 농촌지역에 맞게 지방자치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농촌지역의 의료와 돌봄은 보건복지부와 연관돼 있고, 농촌지역의 주거정책은 국토교통부와 연관돼 있으며, 농촌지역 교육 문제는 교육부와 연관돼 있다. 농촌으로 밀려드는 산업폐기물, 의료폐기물은 환경부 소관이다.
따라서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수립·실행되려면 범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고, 민간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 글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글을 쓰는 것도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부디 이재명정부가 위기의 농업·농촌·농민에 희망이 되는 정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을 위해서는 잘못된 결정은 빨리 철회하고, 대통령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