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의원들,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에 함께 맞서기로④
진보당 의원들, 일본 의원들 만나 쌀 문제 논의 현재 일본 정부, 사실상 쌀 재협상 움직임 없어 정당별 온도 차 있으나 쌀 재협상 필요성 인식 쌀 재협상·트럼프 관세 압박 공동 대응에 공감 양국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 교류·협력 확대키로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ㅣ 일본 도쿄]
일본 방문단의 진보당 전종덕 국회의원, 박형대 전남도의원이 지난달 28일 오후 일본 의회를 방문했다. WTO 쌀 의무수입 재협상 및 트럼프 상호관세 협상 관련 일본 현황을 파악하고, 한일 공동 대응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두 의원은 입헌민주당의 가네코 에미·와타나베 소우·가미야 히로시·노마 다케시 중의원, 사회민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대표(참의원)·오츠바키 유코 부대표(참의원)·핫토리 료이치 간사장(중의원)을 차례로 만났다. 전종덕 의원은 미노리카와 노부히데 농림수산위원장(자유민주당)과의 면담에도 나섰다.
이날 면담을 종합하면, 현재로선 WTO 쌀 의무수입 물량 재협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다만 정당별 온도 차는 있으나 재협상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으며, 향후 쌀 문제 등 양국의 공통 농업 현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이뤘다.
특히 트럼프 상호관세 협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관련 정보를 전혀 공표하고 있지 않아 의회도 현재까진 이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이에 이날 만난 의원들은 미국의 농산물 추가 개방 요구 가능성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자동차 등 공산품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쌀 등 농산물 수입량 확대를 압박할 것이란 예상이다.
쌀 의무수입 물량 재협상에 대해 미노리카와 노부히데 농림수산위원장은 “자유민주당(현 집권당)은 77만톤(의무도입 물량)을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사실상 당분간 없으며, 실질적으로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라며 “그러나 77만톤 중 미국 쌀 물량을 늘리게 된다면 다른 나라도 큰 영향을 받으므로 논의가 필요하고, 전체 물량을 증량한다는 계획은 기본적으론 없다”라고 전했다.
입헌민주당은 “국회 내 논의에서 77만톤이 너무 많다는 논의는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협상 가능한 환경부터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일뿐 아니라 관련국들과 보조를 맞춰야 협상할 수 있으므로 일본 정부의 자세를 주시하며 하나씩 해나가야 하는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양국 모두 쌀이 주식인 특수성을 고려해 WTO에서 쌀을 비교역적 대상으로 인정받고, 이를 위해 양국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한국 의원들의 제안에 대해 일본 의원들은 비교적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자민당은 “두 나라 모두 쌀이 주식이므로 WTO나 그 외 다자 협의체에서 공동보조를 맞추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라며 “정부 간 문제라 이 자리에서 입장을 밝히긴 어려우나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해이니 만큼 가장 좋은 타이밍이자 여러 측면에서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입헌민주당 의원들은 “굉장히 동의하는 바”라며 좀 더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입헌민주당은 “쌀이 주식이란 점, 문화적 유사성 등 협력 가능한 분야가 매우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 농가들에서도 의무도입 물량에 대한 재협상 요구 목소리가 높다”라며 “그러나 정부는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미 관계와 통상국들의 상황을 고려해서지만 국회에선 관련 논의가 형성돼 있으니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사안이 많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사회민주당 의원들은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 측 제안을 수용했으며, 한국과 연대해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랐다. 특히 현재 쌀 의무도입 물량에 대한 재협상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후쿠시마 미즈호 대표는 “일본은 쌀 가격 인상 상황에 관세 문제까지 겹쳐 ‘그냥 수입하면 어떻겠냐’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이는 식량자급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므로 식량안보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란 의견을 낼 생각”이라며 정부가 비축미를 풀어도 쌀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미국 트럼프정부가 상호관세 협상을 통해 농산물 추가 수입을 압박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양국의 정보 교환과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대가 이뤄졌다.
자민당은 트럼프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일 의회 간 정보 교류와 협력이 확대돼야 한다는 데 대해 적극적 찬성 의사를 밝혔다. 무엇보다 정권이 교체됐더라도 국민 삶에 필수적인 정책 부문에서는 의회와 민간 등을 통한 다양한 교류를 심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입헌민주당은 트럼프 상호관세 협상에서 모든 농산물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 중이다.
사회민주당은 트럼프 상호관세 협상과 관련해 콩·옥수수는 물론 쌀 수입도 늘진 않을지 크게 우려하는 가운데 “자국 농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면, 식량자급률도 떨어지므로 식량자급률을 높여 농민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농가에 대한 개별 보장제도 없인 농민 육성이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날 일본 의원들은 양국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평상시 교류·협력을 확대하자는 데도 적극 동의했다. 미노리카와 노부히데 농림수산위원장은 “농림수산 분야는 국민의 의식주를 지킨다는 면에서 협력 토대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위원장으로서 이에 대해 여야 의원들과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