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환갑잔치 열었어요

2025-05-25     이영규 괴산 목도사진관 대표
안상희 우리씨앗농장 대표가 느티나무 그네를 타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괴산 우리씨앗농장의 느티나무 전경.
잔칫상엔 금방 쪄 낸 시루떡이 올라가고 농장에서 자라는 온갖 풀꽃이 장식됐다.
농장의 일과 풍경을 담은 사계절 사진전도 함께 열렸다.

충북 괴산에는 토종작물을 채종하고 경작하는 농장인 우리씨앗농장이 있다.

우리씨앗농장엔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농장에 한 번이라도 다녀간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느티나무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름드리 나무그늘 아래서는 농장을 찾아오는 사람들과의 다양한 만남이 이어지고 오순도순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또 아이들도 어른들도 나무에 매단 그네를 타면서 초록 잎새 사이로 피어난 하늘을 올려다보는 즐거움을 잊지 못한다.

올해로 느티나무가 환갑을 맞았다. 농장 안팎 사람들에게 느티나무가 얼마나 귀한지 그냥 넘어가기가 서운해 느티나무 환갑잔치를 열자, 이렇게 마음이 모아졌다. 그리고 지난 17일 느티나무 환갑잔치가 열렸다. 전날 종일 비가 오고 새벽까지도 비가 이어져서 걱정했지만, 비 온 뒤 싱그러움이 잔치를 더욱 화사하게 만들었다. 잔칫상에는 금방 쪄낸 시루떡을 올리고 농장에서 자라는 온갖 풀꽃들로 장식했다. 특별히 그동안 우리씨앗농장을 담은 사진을 모아 야외 사진전을 함께 열었다.

느티나무 아래에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모여앉았다. 대부분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고 눈맞춤을 하면서 정다운 시간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원한 나무그늘과 그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 덕분이었다. 그리고 안상희 우리씨앗농장 대표가 느티나무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나는 너보다 일찍 이 세상에 없을 거야. 그러나 너는 천년이라도 농장 지킴이로, 또 주인으로 후손에게 이 농장이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 알았지?”

작물별 자급률이 20%에 못 미치는 국내 사정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우리 씨앗을 지켜나가는 것은 남다른 뜻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일에 이 커다란 느티나무가 함께 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다. 우리의 짧은 시간이 모이고 쌓여, 농장 느티나무의 시간 속에 이야기를 더해갈 것이다.

나무그늘 아래, 사람들이 모여들고, 느티나무에게 술 한 잔을 권하고 덕담을 나누고, 아이들은 그네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이 농장을 언제까지고 지켜줄 느티나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무그늘 아래, 함께 한 사람들의 얼굴에 평화로움이 가득했다.
참여한 사람들이 느티나무에게 술 한잔을 권하며 덕담을 전하는 순서가 있었다.
안상희 우리씨앗농장 대표가 느티나무에게 쓴 편지.
느티나무에게 전하는 덕담카드가 바람에 나부낀다.
느티나무 아래 모인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영규 괴산 목도사진관 대표

오랫동안 출판일을 하면서 사진 작업을 하다, 지금은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문화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글로,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괴산의 청년농부들을 만나면서 <청년농부>라는 첫 책을 냈고,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보면서 사람과 풍경을 함께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