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시작된 ‘농산물 가격 흔들기'

주요 채소 도매가격 하향 곡선에도 할인지원, 농산물 전 품목으로 확대 비축물량 방출까지 역량 총동원 나서

2025-05-23     장수지 기자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주요 채소 가격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장바구니 물가'에만 집중하자 농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승호 기자

 

대선 정국 속 정부가 또 장바구니 물가를 운운하며 농산물 가격 흔들기에 나섰다. 농업계에선 가격 하락 농산물엔 일말의 관심조차 두지 않은 채 물가에만 집중하는 정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6일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제1차관이 주재한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선 계란 산지가격 유통구조 점검결과 및 조치계획, 농축수산물 품목별 가격 동향 및 대응계획 등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김 직무대행은 “최근 배추·무·감자 등 봄 채소 출하가 본격화되고 있으나 무, 양파, 마늘, 돼지고기, 계란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이 여전히 높은 만큼 가격·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추경예산을 활용해 지난 22일부터 2주 동안 농산물 할인지원을 국산 농산물 전 품목으로 확대했으며 지원액 또한 상향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가격이 상승한 깐마늘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 비축물량 450톤을 추가 방출하기로 했다.

정부에선 장바구니 물가를 핑계로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최근 주요 채소 가격은 하향 곡선을 그리는 상황이다. 이달 둘째 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사과 △배 △백다다기오이 △참외 △수박 △당근 △파프리카 △양배추 △열무 △배추 △양파 등의 가격은 전주·전월·전년과 비교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김 직무대행이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발언한 내용과 달리, 양파의 경우 조생종 수확을 앞두고 정부가 강행한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의 영향이 갈수록 확대돼 중만생종 가격 하락이 크게 우려되는 실정이다. 최근 양파 도매시장 경매가 또한 1kg당 700~800원대에 그쳐 전·평년 대비 많게는 30%가량 하락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에선 이러한 가격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을 우려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상황이나, 지난 19일 열린 마늘·양파 중앙 주산지협의회에선 높은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 중인 깐마늘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을 뿐 가격 하락 우려가 큰 양파 품목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농민들로부터 농식품부가 가격 하락 농산물에는 전혀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