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터지는 가락시장 채소2동…‘우려가 현실로’

성수기 경매 물량 증가에 공간 부족 사태 발생 서울시공사, 채소2동 3층 주차장을 ‘경매장’으로 경매뿐 아니라 경매 이후 공간 부족 문제 여전

2025-05-23     장수지 기자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2동의 공간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선 3층 주차장 공간을 경매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지난 21일 가락시장 채소2동 3층 곳곳에 경매물량이 적치돼 있고 ‘성수기 임시경매장 조성에 따른 차량 이동 안내’ 현수막도 걸려 있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2동의 공간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여실히 드러났다. 2025년산 조생 양파 출하가 본격화되자 경매공간이 턱없이 모자라게 돼서다. 이 가운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 공사)가 내놓은 대책마저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매 이후 물량을 적재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불만 또한 여전한 것으로 확인된다.

가락시장 채소2동은 공사가 시설현대화사업으로 추진한 가장 첫 성과다. 지난해 12월 개장해 ‘국내 최초’ 정온시설이 도입된 현대식 경매장이라는 수식어가 버젓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장 내부에선 지난했던 공사 과정과 추가된 비용, 개장 이후 발견된 여러 결함들을 비롯해 부족한 면적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다. 이 가운데 유통인 등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부족한 공간 문제다. 경매 주체인 도매시장법인들을 비롯해 점포에서 영업을 해야 하는 중도매인 모두 해당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을 언급해 온 바 있다.

이달 가락시장에서 물량 비중이 가장 높은 양파 출하 및 거래가 본격화되자 경매장 부족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다. 이에 공사는 “현대화사업 각 동의 1층 경매장 규모는 연중 준성수기 물량을 바탕으로 산정했고 채소2동도 설계단계에서부터 품목별 성수기에는 3층을 경매장으로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3층에 28톤 화물차가 올라갈 수 있도록 하중 설계를 했고 1~3층 수직물류 편의를 위해 차량·전동차·지게차 진출입로 4곳과 화물용 엘리베이터 6대를 설계에 반영했다”며 채소2동 3층 주차장 공간을 성수기 경매장으로 활용할 설비(네트워크) 공사가 현재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공사는 성수기 품목과 시기를 고려해 3층 경매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새벽 경매 시 소음과 불빛 등이 민원 발생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초지향성스피커 등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공사를 비롯해 도매시장법인 등은 오는 6월 옥수수 출하가 시작된 이후 3층 경매장이 본격 운영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지만, 실제 경매가 3층에서 이뤄질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중도매인이 1층과 3층을 오가는 경매에 불편함을 느껴 3층 경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경매물량을 3층으로 올리고 경매 후 다시 내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야 해서다. 실제 한 중도매인은 “일반적으로 식당도 1층을 선호하지 2층, 3층까지 찾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3층 경매장이 운영된다고 해도 경매가 원활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경매장 면적 부족은 3층을 활용해 해결한다 하더라도, 중도매인 점포가 겪고 있는 고질적인 공간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적지 않은 중도매인 점포가 3층 주차장에 낙찰 받은 물량 등을 보관하는 실정인 만큼 옥수수 성출하기에 3층 경매장이 운영될 경우 해당 공간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몇몇 중도매인은 해당 문제를 논의할 창구조차 마뜩잖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양파를 주로 취급하는 중도매인 점포 대표는 “경매공간이 협소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중도매인 점포 면적이 전보다 줄었고, 비용은 늘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양파같은 경우 팰릿 부피가 워낙 크기 때문에 물량을 둘 곳은 물론 소분 작업할 공간 자체를 마련할 수 없는 실정이다”라며 “공간도 부족한데 강서시장이나 구리시장 등 인근과 비교했을 때 시설사용료 등의 비용이 너무 상승해 경쟁 자체가 확실히 불리해졌다. 아울러 지금은 3층을 일부 활용해 낙찰 받은 물량 작업을 하고 있지만, 물건을 오르고 내릴 엘리베이터 등도 부족하고 관련 대책도 없이 공사가 3층을 경매장으로 활용하겠다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2동 3층 곳곳에 경매물량이 적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