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소 피해 낙과 보상 안 한 떫은감 보험, '하나 마나'한 농금원 조사

금정대봉감대책위 “약관에 없는 조사 기준으로 피해” 규명 요구 농금원 간담회 열어 조사·검토 결과 대책위에 설명, 개선안 제시 농가들 “‘신속한 손해평가’는 비현실적, 그간의 피해 보상부터”

2025-05-14     김수나 기자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일소(햇볕 데임)로 인한 낙과 손해 보장 약관이 엄존함에도, 현장에서 그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보험조사 방식이 수년간 관행처럼 적용된 데 대해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이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약 석 달 만에 진전없는 결론에 이르렀다. 귀책이 있는 이들을 특정하지 못한 데다 관련 피해를 보상할 방안이 없고, 추후 개선책도 현실성이 없어서다. (관련 기사 : 누가 농민들을 ‘허공에 주먹질’하게 했나...영암 떫은감 농가들 분노)

지난 2월 전남 영암군 떫은감 농가들로 구성된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위원장 신정옥, 대책위)가 그간 보험조사자들이 ‘일소 피해 보상 대상은 나무에 달린 과실만 인정한다’라는 기준을 들어 일소로 떨어진 과실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기준이 불문율처럼 적용된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아울러 농가들이 일소로 인한 낙과 손해 보장을 수년간 촉구해 온 상황에서 관련 약관까지 있음에도 정확한 안내나 보험조사 방식 개선 없이 보험당국이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규탄했다.

농작물재해보험 과수작물 약관상 일소로 인해 줄어든 과실수 피해는 보험사고 한 건당 적과후 착과수의 6%를 초과할 때만 인정하며, 이로 인한 낙과 손해도 보상한다. 하지만 대책위에 따르면, 그간 보험조사자들이 “일소 피해 보상은 나무에 달린 과실만 인정한다”거나 폭염이 극심했던 2024년엔 “일소가 심해 한시적으로 인정해 준다”라는 등 임의적‧자의적 기준을 들며 낙과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대책위의 문제 제기에 농금원은 NH농협손해보험(NH농협손보)의 관련 손해평가 자료, 보험계약자와 손해평가 조사 당사자들 면담, 법률 및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이 문제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지난 9일 전남 영암군 금정농협에서 대책위에 설명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지난 9일 전남 영암군 금정농협에서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에 일소로 인한 낙과 피해 미인정 사태에 대한 검토 의견을 설명하고 농가 의견을 청취했다.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 제공

농금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재해보험 운영사인 NH농협손보가 ‘(일소로 인한 낙과 손해를)보상할 수 없다고 지시한 바 없고 △떫은감 특성상 낙과 손해평가가 매우 어려우며(일소 피해는 검게 그을리거나 변색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데, 떫은감은 낙과하면 금방 물러져 생리적 원인인지 일소 때문인지 구분이 어려움) △낙과 원인은 일소만이 아닌 영양생장이나 기상조건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일 수 있다(전문가 자문 결과)는 것이다.

이에 농금원은 “(보상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지시한 사람이나 (낙과 피해를) 인정하지 말라고 한 사람을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결론짓고, 그 이유로 “떫은감은 낙과된 뒤 빠르게 부패해 조사자들이 낙과 원인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일소로 인한 낙과로 인정할 수 없는 사유를 설명하는 과정에 오해가 누적돼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선안으로 △올해부터 낙과 피해 접수 뒤 2~3일 내 손해평가(낙과 뒤 빨리 물러지는 특성 감안) △손해평가로 1차 조사했어도 그 뒤 폭염특보(과수원이 있는 지역의 기상청 폭염특보로 낮 최고기온 33℃ 이상이 연속 2일 이상 관측)가 유지되면 추가 조사해 이를 피해율에 합산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낙과로 인한 감소 과실수 기준(6%)이 적정한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내년부터 개선된 내용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일소로 인한 낙과 피해인지를 확정하기 어려워서 쌓인 오해라는 결론인데, 이 같은 해명에 대책위는 전혀 납득할 수 없고, 개선 방안도 현실성이 없다고 못 박았다. 낙과 뒤 빠른 부패 현상에 따른 조사의 한계점은 그간 농민들이 지속해서 개선을 촉구해 온 바이기도 하다. 특히 현장에서 재해보험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관리‧감독해야 할 농금원과 그간의 파행적 조사 관행을 점검하지 않은 채 운영한 NH농협손보를 향한 원성이 쏟아졌다.

박춘홍 대책위 부위원장은 “결론을 들어보니 그쪽에선 잘못한 게 없고, 조사가 어려워서 이렇게 됐는데 농가들이 일소 피해 아닌 낙과도 인정해 달라고 떼쓰는 것으로만 보는 것 같다”라며 “지금까지 손해사정인들에게 들은 말은 낙과는 무조건 인정 안 해준다는 거였고, 작년에도 ’법적으로 안된다‘는 말이 계속 나왔었다. 이 때문에 결국 농가들이 피해를 봤으니 책임져야 할 게 아닌가. 지금까지 피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라고 항의했다.

정철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 한 농금원 책임이다. 또 농금원에서 이렇게까지 조사해서 내려왔는데 NH농협손보는 오지도 않았다는 게 가장 실망스럽다”라며 “3일 이내 손해평가 한다고 했는데 지켜질지도 의심스럽다. 우리가 지금까지 일소 피해 신고해서 7일 이내 조사 들어온 적 있나? 신고 접수 건 모으는 데만 7~10일, 조사팀 구성해서 내려오는 데 또 7~10일로 실제 조사까지 보통 20일 걸린다”라며 신속한 손해평가는 보험 당국의 기본 임무로 “하나 마나 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보상 및 개선안으로 △농협의 무이자 자금 지원 △올해 낙과 피해율 6%를 기본으로 인정 △향후 보험상품 설계 과정에 현장 의견 반드시 수렴을 요구했다.

근본적으론 떫은감의 특성을 간과한 일소 피해 낙과 조사 방식의 한계로 문제가 불거졌지만, 보험 당국은 그간 이를 개선하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방관했고, 보험조사자들은 조사의 어려움을 이유로 현장의 오해와 혼란을 초래했으며, 당국은 이 같은 관행을 관리하지 않은 총체적 문제임이 드러난 셈이다. 결국 그 피해는 오롯이 농가 몫으로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