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농민에겐 약속이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메마른 밭에 물을 흠뻑 주며 두 달 가까이 직접 육묘한 고추 모종을 심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일 년을 기다려 꼭 이맘때,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고사리를 끊으려 비탈진 밭을 오르내리느라 숨이 찬 여성농민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된다.
이른 봄 냉해를 딛고 하얗게 꽃이 핀 사과밭에서 사다리에 올라 꽃 솎기에 나선 농민의 손길은 매우 조심스럽다. 파종하기엔 한참 이르지만 메주콩을 심기 위해 관리기로 두둑을 만드는 농민의 이마엔 땀이 송송 맺힌다.
오이 모종을 심기 전 촘촘히 지주대를 설치한 밭에서 줄 작업을 하는 농민들 모습 뒤로는 연둣빛 숲이 찬란하게 펼쳐져 있다. 봄 농사를 준비하며 트랙터로 밭을 고르는 로터리 작업을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보니 그 일정함이 자로 잰 듯하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대기 시작한 논은 겨울의 황량함을 지우고 파릇한 봄의 풍경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싱그러운 봄의 풍경을 배경 삼아 옥수수 모종을 심느라 여념이 없는 젊은 부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정겹다.
해마다 돌아오는 봄은 농민에겐 약속의 봄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겨우내 메말라 있던 땅에 숨결이 도니 논밭을 갈아엎고 씨앗을 뿌려 모종을 키우기 시작한다. 농사계획을 세우고 그 일정에 맞춰 논밭으로 스며든다.
4월의 마지막 주, 강원 홍천과 충북 괴산·단양·제천, 경북 문경·상주에서 선선한 봄바람, 흙내음을 맡으며 구슬땀을 흘리는 농민들을 마주했다. 농사의 때를 알아 딛고 선 땅에서 농민들은 한없이 분주했고 그 풍경은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