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다시 평화의 시간으로

2025-05-04     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지난 4월 10일 통일부가 발표한 ‘평화경제특구 기본구상’의 핵심은 오랫동안 발전에서 소외됐던 접경지역을 개발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고 장기적으로 남북경제공동체를 실현하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단절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뜻 생뚱맞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뛰어들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한국은 내란 사태 이후 조기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는, 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한가롭게 남북경제공동체를 이야기할 때인가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통일부가 지난 3월 24일부터 4월 4일까지 평화경제특구위원회 회의를 진행해 확정한 ‘평화경제특구 기본구상’은 2023년 말 시행된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평화경제특구법)」에 따라 조성되는 평화경제특구를 위한 첫 밑그림이다. 평화경제특구로 지정된 15개 시군을 서부권, 중부권, 동부권으로 나눠 각 권역에 특화한 산업단지를 육성·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먼저 △서부권은 ‘미래 혁신제조업, 신산업 분야 첨단산업단지’로 △중부권은 ‘농업+관광+경공업 융합형단지’로 △동부권은 ‘관광중심 첨단물류·서비스 특화단지’로 육성한다. 평화경제특구에는 지방세·부담금 감면 등 세제 혜택과 함께 자금 및 기반시설이 지원되는데, 통일부는 연내에 평화경제특구 기본계획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평화경제특구의 목표는 남북경제공동체 구현, 접경지역 균형발전 실현에 있다. 물론 현재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 장기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구상을 단순한 ‘뜬구름 잡기’로 보기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매우 절박하다. 계엄과 탄핵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했고, 굵직한 대기업, 중견기업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민들의 고통 역시 갈수록 더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 전쟁은 향후 우리의 경제 발전 가능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 사회’가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극심한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 안정이 아닐까. 그리고 그 밑절미는 다름 아닌 평화 아닐까. 때문에 당장은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더라도 평화경제특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이를 빠르게 추진해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이를 우리 경제, 특히 우리 농촌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라 할 수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4·27 판문점 선언 7주년을 맞아 “평화가 없으면 성장할 수도 없다. 한반도 평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이며 “남북이 다시 대화하고 협력하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관계 관리에 힘써왔다. 오랫동안 쌓인 남북의 불신을 풀어내고 다시 협력과 대화를 통해 공존과 공영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길이다. 우리 농촌의 살길이기도 하다. 길지 않은 대선 기간 동안 어느 후보가 평화와 공존을 이야기하는지, 어느 후보가 적대와 대결을 주장하는지 꼼꼼하게 살펴볼 일이다. 우리 농촌의 미래를 진정 고민하는 이를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다시 평화의 시간을 만들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