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중 신공항들, 결국 ‘유령공항’ 될 것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 등 신공항 경제성 분석 토론회 기존 공항 태반이 적자… 신공항 수요 예측도 ‘엉터리’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추진 중인 신공항(10개)이 환경 파괴와 조류 충돌에 따른 안전성 문제뿐 아니라 지자체들의 신공항 건설 명분인 지역경제 발전 효과도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공항은 지역 경제를 살릴까, 경제성과 산업 측면에서 본 신공항 건설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윤종오(진보당)·서왕진 의원(조국혁신당)과 전국신공항백지화연대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연구용역에서 부풀려진 전국 신공항 항공수요 △기존 15개 공항 가운데 11개 공항 만성 적자 △건설 과정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서울 소재 수주기업에 편중 △관광수지 악화 추세 △공항 운영비 증가와 이용객 부담 상승 등의 이유로 ‘지역경제 발전은커녕 막대한 국고와 지방재정이 낭비되며 일부 토건 세력만 배 불리는 난개발’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구교훈 국제물류사협회장은 최근 5년간(2019~2023) 공항운영성과 현황을 통해 공항 건설 과정(연구용역)에서 최초 수요예측치의 부풀림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개항 뒤 실제 여객수요는 2~10%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공항 이용객을 100명이라 예측하고 지었으나, 실제 이용객은 단 2~3명뿐이란 뜻이다.
문제는 수요예측만이 아니다. 기존 공항만으로도 국제 항공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고 남는 데다 15개 가운데 11개 공항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기존 공항 가운데 세계 3위(220개국 중)인 인천국제공항의 1년간 처리 능력은 1억600만명(5단계 추진 이후는 1억3000만명)에 달하나 2024년 인천공항 여객 수요는 8894만명에 그쳤다. 해외에서 ‘유령공항’이란 오명까지 얻은 무안(2007년 개항)과 양양(2002년 개항)국제공항은 개항 뒤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아울러 구 회장은 공항이 지역경제 성장을 촉진하려면 배후시설(교통·숙박·외식·문화 등)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추진 중인 대부분의 신공항은 물론 기존 무안·양양공항도 배후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공항을 짓더라도 지역경제를 촉진하는 파급 효과는 없는 셈이다.
전쟁·팬데믹·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전쟁 등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신공항에 돌아갈 국제 항공수요가 0에 가까운 현실도 문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물량의 99.7%는 해상화물이며 항공화물은 0.2%뿐인데 이 정도는 현 공항만으로도 감당할 수 있어서다.
구 회장은 “수요는 없는데 유지보수 비용은 계속 투입되는 적자 구조이고 지역경제와의 연관성도 전혀 없다. 기존 적자 공항과 신공항 수요예측은 엉터리다. 기존 공항도 놀리는 판에 왜 새로 만드나”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재정 위기가 가중되는 실정에서 신공항 건설로 이익을 보는 이들은 오직 주민 표심만을 얻으려는 정치인들과 건설사뿐이다. 공항건설 사업은 이미 도덕적해이를 넘어섰다”라고 일갈했다.
토론자로 나선 양준호 인천대 교수,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 김지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신공항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양 교수는 건설비용·생산유발효과·부가가치효과·고용유발효과 등을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가덕도신공항 건설 관련 지역산업연관분석)를 들며, 국토교통부가 애초 가덕도신공항의 부산지역 생산유발효과를 18조여원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론 3조여원 정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이는 사기에 가깝다. 경제적 효과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 소재 수주처로 돌아갔다. 두루뭉술한 낙수효과만 고려하면서 아무 과학적 근거 없이 경제 효과를 예측했다는 건 사법적 심판까지 필요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상철 정책센터장은 “현재 수익이 나는 공항에서 수익이 없는 공항으로 적자를 보전(교차보조)해 줘서 대부분 공항이 버티는 구조”라며 “적자 공항이 더 늘면 교차보조가 한계에 이를 것이고, 공항 사용료의 지속적 인상과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라고 짚었다.
김지은 공동집행위원장은 “10개 신공항 목표 수요를 모두 합하면 필요 승객이 현재보다 1억명이 더 필요하다. 지금도 1억명이 안 되는데 완전한 허구다”라며 “항공 수요가 없다면 항공사는 취항하지 않는다. 양양과 무안이 유령으로 전락한 이유다. 이를 무시하면서 공항만 지으면 지역이 활성화한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망상에 가깝다”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