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북한은 거버넌스 개혁 중
거버넌스(Governance)는 정부, 기업, 사회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따라서 거버넌스 과제 해결의 핵심은 사업주체 사이의 칸막이를 제거하고 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경제적 이해와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거버넌스를 통한 해법은 국제적으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이 다양한 영역에서 거버넌스 개혁을 추진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거버넌스 개혁이 시작됐다. 특히 농업, 건설, 지방공업, 주요 산업 분야에서 위원회, 지휘조, 추진조 등 다양한 명칭의 거버넌스가 등장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2021년 2월 ‘비상설경제발전위원회’를 조직하면서 위원회의 역할을 ‘경제부문들간 유기적련계와 협동을 강화’하고 ‘국가경제지도기관들 사이의 책임회피와 본위주의(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서로 적극적으로 지지보충하면서 애로와 난관’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거버넌스 개혁은 가장 먼저 농업 분야에서 추진됐다. 농업성의 권한과 역할이 농업위원회로 격상됐다. 농업위원회 위원장에겐 내각 부총리를 겸직할 만큼 큰 권한이 주어졌다. 농업은 화학 분야(비료), 생물학 분야(종자), 기계 분야(농기계)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의 협력과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농업연구원은 농업 분야 연구기관을 통합해 농업과학원으로 권한이 강화됐다. 벼연구소, 농업정보화연구소, 과학기술발전전망연구소 등 10여개 대상 연구소를 건설하기 위해 농업과학연구기지건설지휘조가 구성됐고, 과학농사추진조도 조직됐다. 농업과학원, 국가과학원,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도급 농업대학 및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일원화된 농업기술지도와 식량증산 과제를 전담토록 했다. 농업용 관개시설 건설과 정비를 위해 중앙관개건설전투지휘조와 추진조도 결성됐으며, 간석지건설지휘조는 공사를 통일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사업체계를 구축했다. 이밖에 밀농사 확대에 따라 내각과 수매량정성, 지방공업성, 기계공업성을 중심으로 밀가공기지건설련합지휘조도 조직돼 사업이 추진 중이다.
북한 당국은 과학농사추진조의 활약으로 2023년과 2024년 연속 식량증산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또 지방발전20×10추진위원회는 2024년 전국의 20개 시·군에 식료품공장, 옷공장, 일용품공장 등 공장건설을 마쳤고, 2025년에도 20개 시·군에 지방공장을 건설 중이며, 학교꾸리기중앙지휘조는 2024년 1200여개 학교와 분교, 유치원을 건설 또는 개건현대화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 외에도 국가비상재해위원회와 중앙비상재해위기대응지휘조, 대동강큰물지휘조, 산불방지련합지휘조 등 국가급 재난대응 거버넌스와 화학공업성의 정비보강추진지휘조, 함경북도 김책시의 농촌마을원림록화지휘조 등 부처별, 지역별 거버넌스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경제 실적은 앞으로 관련 분야 거버넌스의 성과가 좌우할지도 모를 일이다. 주의 깊은 관찰과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