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민·관 협치’ 기반 경기도 친환경 농정 참고해야
6차 5개년계획 수립 참고용 경기도 친환경 농정 사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김량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파면됨에 따라, 친환경농업 발전에 무심했던 ‘윤석열 농정’도 공식적으론 막을 내렸다.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했던 윤석열정부가 지난 3년간 친환경농업에 사실상 무심하던 상황에서, 광역·기초지자체들은 악조건을 뚫으며 자체적 친환경 농정을 펼쳐야 했다. 그중 민·관 협치에 기반한 경기도의 친환경 농정이 눈에 띈다.
악조건 딛고 협치로 이뤄낸 친환경 인증 면적 ‘반전’
사실 경기도의 최근 수년간 여건은 친환경농업 확대에 용이하지 않았다. 2020년 학교급식 중단에 따른 친환경농가 판로 일시 단절·축소, 기후위기 심화 등의 요인이 연달아 나타나면서, 2020~2022년 경기도에서도 친환경 인증 면적 및 출하량이 감소하는 등의 타격이 나타났다.
그러나 2022년 새로 취임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11년 창립 이래 지역에서 농민 주도하에 자주적 친환경농업 확대 노력을 기울여 온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경기친농연)와의 소통을 거쳐, ‘친환경 유기농업 재배면적 확대’ 등 친환경농업 발전 공약을 내세웠다.
경기친농연·경기도, 그리고 경기도의 시민사회단체(예컨대 환경·먹거리운동단체)들은 민·관 협치를 강화하며 친환경농업 육성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공공영역에서의 생애주기별 공적 먹거리 판로 확대 노력은 정부 및 타 지자체에선 찾기 힘든 경기도 특유의 성과였다.
김상권 경기친농연 회장은 “기존의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사업뿐 아니라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어린이 건강과일 지원사업, 영유아 공공급식, 군급식 등 다양한 생애주기별 먹거리 연계가 이뤄지다 보니 농민 수도, 친환경농산물 생산량도 늘어날 수 있었다”고 한 뒤 “특히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의 경우 중앙정부가 (2023년부터) 중단했어도 경기도는 자체 비용을 들여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평했다.
민·관의 일치단결된 노력 덕일까? 경기도의 친환경농업 인증 면적 및 친환경농산물 출하량은 아래 도표와 같이 늘어났다.
지역 단위 농민·시민들의 노력
친환경농업 가치 확산을 위한 지역 농민·시민 간 ‘민민 공조’ 강화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예컨대 파주시에선 파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파주친농연)가 △인근 지역 두레생협 조직 및 은평구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등과의 생협 매장 및 공공급식에의 친환경농산물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품위 문제로 군대·학교 급식에 납품하기 어려운 작은 크기의 비품 농산물을 지역 소비자단체와 연계해 판매 △파주먹거리연대(지역 내 생산자·소비자·환경단체 등 8개 조직 참여) 가담을 통한 지역먹거리 체계 연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산만 잘해서 될 게 아니라, 지역민에게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노력을 병행하며 주기적으로 소통해 오고 있다.
김용구 파주친농연 회장은 이와 함께 청년농민을 포함한 신규 회원 조직화 노력도 그치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지난해 80여명이었던 파주친농연 회원은 올해 90명대로 늘어났다. 파주 친환경농민들이 모인 파주친환경출하회의 매출액은 2023년 약 31억~32억원에서 지난해 39억원으로 늘었다. 김용구 회장은 “향후 청년층 유입을 위한 노력을 한층 더 전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2020년 처음으로 친환경농민 조직이 들어선 안산시의 경우, 안산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안산친농연)와 안산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안산지속협) 간 ‘민민 공조’가 눈에 띈다. 쌍방은 지난해 8월 기후농정 간담회와 9월 포도밭 팜파티(농장잔치)를 연이어 열며 공조를 강화했다.
안산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팜파티에 참여해 지역산 친환경 포도를 맛보며 그동안 주된 관심 영역에 들어있진 않았던 ‘친환경농업’의 가치에 대해 새로이 인식하게 됐고, 향후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친환경농업 확대’가 중요한 대안이 되리라는 걸 확인했다.
친환경농민의 노력, 그리고 하나 더 필요한 것
무엇보다 기후위기에 굴하지 않고 안정적 생산을 위해 노력해 온 경기도 친환경농민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친환경농업 확대는 불가능했다.
고온 피해와 각종 병해충(예컨대 토마토뿔나방), 냉해, 폭설 등 온갖 악조건이 만연한 가운데서도 “친농연 회원들은 품목별 재배기술 교육과 병해를 잘 버티는 품종으로의 전환 시도 등을 통한 생산 역량 강화에 나섰다”는 게 김용구 파주친농연 회장의 설명이다.
한편 경기친농연은 2019년부터 산지조사사업을 통해 각 지역, 각 농가별 작물 생산량과 작물 상태 등을 조사해, 향후 농민들이 더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데이터를 축적·정리해 왔다.
그러나 친환경농민들만의 노력으론 안정적 생산환경 마련은 쉽지 않다. 김상권 경기친농연 회장은 송장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농업연구사와의 공조하에 유기농 배 재배 과정의 흑성병 방제에 성공한 사례를 언급하며 “(공무원 또는 연구사가) 최소 10년 이상은 한자리에서 버티며 일해야 친환경농업 발전을 위한 민·관 소통이 가능하다. 유기농 배 흑성병 방제 성공에도 12년(송 연구사와 공조했던 기간)이 걸렸지 않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