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서 대학까지, 피어난 평생 배움꽃

경남 거창 만학도들 이야기

2025-04-13     김수나 기자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문해교육 과정을 거쳐 올해 3월 대학에 입학한 만학도 새내기들이 지난 1일 경남 거창군 경남도립거창대학 스마트귀농귀촌학부 강의실에서 글쓰기 강의를 들으며 밝게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쟁이 터져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형제자매가 많아서…’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평생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했거나 다니던 학교마저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인생 후반에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군에서 하는 한글학교부터 시작해 초중등 학력인정 과정(문해교육)을 거쳐 일반고를 졸업한 데 이어, 올해 대학까지 진학한 경남 거창군 만학도들이 그들이다. 평균 나이 76세로 늦깎이 대학생이라기에도 고령이지만, 이미 10대 청소년들과 3년간 고등학교를 함께 다녀 본 이들에게 나이는 문제가 아니다.

이들의 지속된 배움은 무엇보다 배움에 대한 이들 각자의 간절함에서 출발하지만, 그러한 간절함을 풀 수 있는 장이 언제나 마련돼 있진 않았다. 20여년간 평생교육을 지속해서 정책으로 실행한 거창군과 고등교육의 문을 열어 준 지역학교(아림고·경남도립거창대)가 있었기에 이들 자신도 몰랐던 배움의 열정이 드러났고, 더 큰 배움으로의 성장도 뒷받침됐다.

이는 일생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도 있다. 고령화와 인구소멸, 지역대학 통폐합 등 각종 ‘소멸’의 위기를 더 크게 걱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지역사회가 급변하는 가운데 평생교육이 지역을 살리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도 있어서다. 지역대학인 거창대가 교육부의 관련사업(라이프·라이즈사업)을 적극 활용해 만학도 특별 과정에 도전한 것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아울러 한국 학령인구의 재학 비율은 OECD 나라들과 비슷하게 높은 수준이지만, 30~40대 이상 취학률은 낮은 편인데, 이는 재교육 및 평생교육 차원의 고등교육 인구가 적다는 것을 뜻한다(통계청, 2015~2024년 취학률 및 진학률 지표해석). 이는 전체 인구의 고령화와 저출생 상황에서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교육 환경의 변화도 필요한 시점임을 나타낸다.

<한국농정>은 올해 처음으로 학력인정과정 출신 만학도를 위한 학과를 개설해 만학도 평생교육에 도전한 거창대와 한창 대학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만학도 새내기들을 통해 지역사회가 평생 배움의 장을 어떻게 실현해 갈 수 있는지 가늠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