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위한 ‘거주수당’ 도입, 확산은 대세다

오은미 전북도의회 의원

2025-03-30     오은미 전북도의회 의원
오은미 전북도의회 의원

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기후, 식량, 불평등, 경제, 정치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 없지만, 총체적 위기의 정점에 농업·농촌의 위기가 있다. 농업·농촌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보존·유지해야 할 삶의 근본이다. 그러나 현재 농촌은 초저출산 장기화와 고령화 가속화로 인한 인구절벽 현상, 소득 불안 등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은 국가균형발전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으로서 국가 성장 동력의 소멸을 뜻한다. 지방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농촌의 소멸로 인해 국가의 식량안보가 위협받게 됨은 물론, 극단적 기후 위기 속에서 자연재해 예방의 최후 보루인 농업의 궤멸은 국토의 황폐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에 지자체마다 일자리 창출, 귀농 귀촌 정책, 각종 복지정책과 문화시설 확충, 관광인프라 사업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미지수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신규 유입 인구’에 집중되면서 정작 이전부터 농촌에 거주해 왔던 농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은 더욱 커지고 있기에 농촌 현실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장기적인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인구소멸 지역 모든 거주민의 ‘거주수당’ 지원을 위해 ‘소멸위험지역 거주수당’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의회에 입성해 첫 회기에 5분 발언을 통해 거주수당의 필요성을 제시했으며, 의회 내 연구모임을 만들고 1년간 활동해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소멸위험지역 거주수당 연구보고서를 제출했다. 또한 전남과 전북의 진보당 도의원들은 공동 토론회를 2차례 개최해 ‘인구감소, 지역위기에 따른 농촌 정책의 현황과 대안’을 논하고 거주수당을 의제화했다.

해당 지역에 주소를 둔 주민에게 누구나 소외됨 없이 거주수당을 지급한다면 지역주민들은 농촌을 지키며 살아갈 근거를 얻을 것이다. 거주수당은 또한 자긍심과 존재감, 소속감을 심어주게 될 것이다. 그간 특정 대상에게 지원했던 정책이 아니라, 지역의 모든 구성원에게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이자 국토 균형발전 예산인 것이다. 거주수당은 기본적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보편적 ‘사회수당’의 의미를 담고 있고, 이는 지역경제를 순환시키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작년 9월부터 ‘농촌 기본소득 추진 방안 TF’를 구성해 농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마련했다. 14개 시군 중 8개 군 지역에서 1개 면을 선정, 3년간 지역화폐로 지급할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3월 중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을 신청하고 4월에는 관련 조례 제정을 도의회와 협의할 예정이다. 제목만 다를 뿐 사업 목적과 취지, 내용은 거주수당과 다를 바 없는 기본소득제도를 지역에서부터 본격화하고 있고, 도의회에서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을 정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책은 역시 ‘의지’다. 전남에서도 곡성과 영광에서부터 ‘전남형 기본소득’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중심의 농촌 기본소득 사업은 시범이긴 하나 아직 목적이 불분명하고 지역 간 위화감 조성 등의 우려가 있다. 보편적 정책으로 전환을 바탕으로 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진보당에서는 거주수당, 농촌기본소득, 민생지원금, 지역균형 장려금, 농촌수당, 농촌거주수당, 농촌주민수당 등 명칭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함께, 이를 지방정책으로 시작해 국가정책으로 완성해가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농업·농촌을 되살리지 않고서는 결코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 농업·농촌을 살리는 것은 지방을 살리는 것이며, 지방을 살리는 것은 국가와 민족을 살리는 것이다. 따라서 농업·농촌 회생과 지속가능성의 보장이 인구감소 대책의 핵심사안으로, 농업·농촌 정책의 맨 첫 자리에 놓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