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업 문제도 사회개혁에서부터…시민과 함께 ‘벽’을 허물자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2025-03-18     권순창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윤석열 대통령 석방, 늦어지는 탄핵 선고. 지난 8일부터 시작한 비상국민행동 공동의장단 단식농성엔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두 명의 농민단체 대표가 함께하고 있다. 공동의장단 중에서도 고령에 속하는 하원오 의장은 8일 당시 병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추스르자마자 단식농성에 합류했다. 긴박한 시국에 광장의 한복판에서 온몸으로 농민들의 분노와 염원을 대변하고 있는 그를 만나 현 시국과 농민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청했다.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 중인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18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퇴진을 위한 2차 긴급집중행동'에 참석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어떤 생각으로 단식농성을 시작했나
대통령이 풀려나는 걸 보고 황당했고 ‘이게 뭐지?’ 싶었다.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대통령은 진보·보수를 떠나 어느 정도라도 국민을 위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 살짜리 아이처럼 자신과 자기 사람들만 챙기고 있다. 기본이 안돼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국정을 위험하게 운영하는지 모두가 실감했고, 석방 후 법원 난동 세력들을 감싸는 걸 보고 공과 사의 판단조차 결여됐다는 걸 느꼈다. 개인적으로 단식투쟁은 별로 안 좋아하는 방식이지만 단식에 참여해 음식은 물론 담배까지 끊고 있다.
 

무기한 단식농성 중인 하원오 전농 의장. 원재정 기자

농민단체로서 농업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에 이토록 필사적으로 임하는 이유는
세상은 한 분야만 따로 돌아가지 않고 모든 게 맞물려 돌아간다. 농민들이 겪는 신자유주의 농정이나 수입농산물 범람도 결국 사회문제와 남북문제와 연결된다. 보수정권은 물론, 노무현정부에서 가장 많은 농민이 구속됐고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큰 폭의 쌀값 하락이 일어났다. 개별 정책이나 정권을 떠나 정치·사회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걸 농민운동의 선각자들이 깨우치고 실행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답이 맞지 않나. 농업과 사회 문제는 별개가 아니다. 사회에 발맞춰 가지 않으면 농업은 먼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계엄 사태 이전부터 꾸준히 윤석열정권 퇴진 투쟁을 전개해 왔다. 윤석열식 정치가 사회에 끼치는 문제점을 무엇이라 보나
우리나라는 해방 정국에서 친일청산을 하지 못했고, 아직도 계급사회적 사고나 열등의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당장 농민들부터 스스로 농업을 천시하며, 자식에게 농사짓지 말라고 하며 자신을 비하하고 있다. 기득권을 정리하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들이다. 윤석열정부의 해악은 이런 문제들을 정치에 이용하고 가속화시킨 것, 그로 인해 더욱 기득권만 챙긴 것이다. 더욱이 ‘바이든-날리면’, ‘계엄령-계몽령’에서 보듯 절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자기부정 양상까지 띠고 있다.

헌재의 판결이 늦어지고 있지만 곧 결론은 날 것 같다. 탄핵 이후의 세상, 어떻게 보나
탄핵이 된다면 이후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예전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이젠 정치가 국민의 눈치를 안볼 수가 없다. 남태령 이후, 서울시와 장애인만의 문제였던 지하철 이동권 투쟁에 언제든 젊은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농업정책도 예전엔 농민단체 몇 곳과 협의해 진행하면 됐는데 앞으론 국민들이 지켜보면서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물을 것이다. 지금도 남태령에서 받은 힘 덕으로 이렇게 버티며 투쟁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남태령의 연대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남태령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배우면서 서로의 앞을 막고 있던 벽을 치우는 경험이었다. ‘차 빼라’는 구호를 모두가 밤새 그렇게 간절히 외쳤던 건 각자의 가슴 속에 있던 벽을 허무는 과정이기도 했다. 남태령의 차벽이 열리고, 다시 한남동으로 모여 그렇게 환호했던 것처럼, 앞으로 모든 벽을 허물고 미래를 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꿈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