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 위해…농민도 ‘목숨 건 투쟁’을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윤석열 대통령 석방이 의미하는 건 뭘까
대통령 구속까지 지난한 과정이 있지 않았나. 관저에 틀어박혀 경호원을 동원해 저항하며 위험을 조장한 대통령을 시민들이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가며 구속시켰다.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버젓이, 얼굴에 만연한 웃음을 띠고 손을 흔들면서 걸어 나왔다. 이건 제2의 계엄이라고 생각했다. 비상행동 의장단이 당일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이곳 광화문에 진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모든 과제를 제쳐두고 ‘파면’을 가장 시급한 목표로 투쟁하기로 했으며 광장 시민들을 뛰어넘어 원내외 제정당까지 연대투쟁의 범위를 확장했다.
투쟁엔 여러 가지 수단이 존재한다. ‘단식투쟁’이 갖는 의미는 뭔가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 봤다. 사실 ‘당연히 파면되겠지’란 생각에 주말 집회에 인원이 좀 줄어들던 상황이었는데, 시민들을 더 많이 나오게 해야 했다. 그 방법이 단식밖에 없더라. 삭발 얘기도 나왔지만 삭발은 그 순간 뿐이잖나. 소위 ‘모든 걸 건다’고 할 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목숨 아니겠나. 힘들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 몸에 기운이 없고 순간순간 휘청할 때도 있다. 대로의 굉음과 매연, 화장실 문제도 정말 힘들고 농성장에서 진행하는 기자회견 등 일정 소화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덕에 각계 시민단체들이 ‘우리 대표가 단식하고 있다’고 주목하며 조직의 실천력을 높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계엄내란 사태는 여성농민들이 꾸준히 투쟁해 온 반전평화 투쟁과도 연결된다
전농과 전여농이 통일 문제를 중요 운동 기치로 세우고 있는 이유가 이번에 여실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북풍을 유도하기 위해 집권 이후 전단 살포, 무인기·비행훈련 등 지속적으로 북을 자극해 왔다. 북이 참지 못하고 대응했다면 전쟁은 가시화될 수밖에 없었고 계엄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을 것이다. 농업 문제를 떠나 통일이란 건 한반도에서 필수불가결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계엄내란 사태를 떠나, 윤석열정권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어떤 정권이든 농업을 나라의 근간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너무 부족한 모습을 보여 왔지만 윤석열정권은 더욱 심했다. 게다가 역사 왜곡, 일제 징용과 ‘위안부’ 문제, 문화·농업·노동 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퇴보와 후퇴가 이뤄졌다. 법안 거부권 남발에서 볼 수 있듯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서민·노동자·농민·소수자에 대한 정책들이 모두 천박했다. 윤석열 퇴진 구호를 가장 먼저 걸었던 건 농민·노동자·빈민이었지만, 우린 남태령에서 더 힘든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 농민보다 더 약하고 소수인 사람들이 있었고 직장을 못 갖는, 주거가 불안한,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불평등 속에서 살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우리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남태령을 통해 시민 여러분이 농민·농업·농촌에 대해 알게 된 것처럼 농민들도 우리 사회에 함께 손을 잡고 연대해야 각자의 앞에 닥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굳게 맞잡은 손 놓지 말고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