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진심이다
올해는 북한에게 매우 중요하고도 절박한 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완료되는 해다. 지난 5년의 성과를 인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매년 말 한 해의 목표 달성 수치를 발표하지만, 수치와 실제 인민의 삶은 불일치하기 일쑤다. 때문에 북한 당국은 인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최근 고위 관료들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매서운 질타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있어 농업생산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때문에 연초부터 농업생산량 증대를 위한 독려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북한 당국 역시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생산량 증대를 꾀하고 있다.
지난달 재일 <조선신보>가 소개한 ‘과학농사추진조’의 활동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신문은 북한에서 “과학농사추진조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농업부문의 과학기술력이 증대되고 농업생산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과학농사추진조 조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2월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에서 과학농사지도를 심화시키며 농장들에 선진적인 농업과학기술제품들을 생산 보장하는 사업을 통일적으로 지휘하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전해진다. 이에 맞춰 전원회의 후 정부기관, 연구기관, 주요 대학 등 각 단위 성원들과 과학자, 연구자들로 구성된 과학농사추진조가 조직돼 전국에 급파됐다는 것이다.
신문은 과학농사추진조에 의한 새로운 농사지도방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당중앙의 지도 밑에 강력한 국가적 힘을 동원해 농사를 짓는 모든 단위들과 포전들을 시기별, 작물별로 장악, 통제, 대책할 수 있게 하는 혁명적이며 과학적인 지도방법’, ‘선진과학기술과 지식을 중앙에서 말단농장에 이르기까지 물이 흐르듯이 보급, 전파할 수 있게 함으로써 농사 전 과정에 대한 과학기술적지도와 방조를 백방으로 강화할 수 있게 하는 혁신적이며 선진적인 지도방법’, ‘선진농업과학기술과 제품의 개발과 생산, 도입의 일체화를 실현하고 모든 제품들을 영농적기에 맞게 기동적으로, 신속히 공급할 수 있게 하는 효율적인 지휘체계’ 등이다.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선진 영농기술을 각 단위로 보급·확산해 나가고, 기술 보급과 함께 선진 농업기술 자료, 장비 등을 최대한 지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찌 보면 우리에겐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고 그리 대단할 것도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재원과 기술력 내에서 최대한 비효율성을 줄여나가고자 하는 의지로도 읽을 수 있다.
북한이 개발한 농업 기상 애플리케이션(앱) ‘농업기상2.0’도 마찬가지다. ‘농업기상2.0’은 북한 전역의 리 단위별 농업 기상 자료, 재해성 기상 정보, 종합 기상 통보를 제공하는 농업 관련 날씨 정보 제공 앱이다.
<데일리NK>에 따르면 이 앱의 주요 기능은 리 단위별 농업기상 관측 및 예보자료 제공, 농업 기상 전문자료에 대한 문답, 농업기후자료 제공, 실시간적 재해성 기상 정보 제공 등이다. 농업기상예보, 기상통보, 천문, 일·순·월 변환 그래프, 일·순·월 분포도, 기온, 강수량, 해 비침률, 상대습도, 바람 등의 기상 정보도 제공한다. 기후위기의 시대, 갈수록 악화하는 농업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대처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우리는 북한의 농업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과거에 비해 비교적 늘어난 관련 자료와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만성적인 결핍의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농업생산량을 높이려는 그들의 의지다. 폄하할 일도, 비웃을 일도 아니다. 그들은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