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대개혁의 첫걸음, ‘폭넓은 연대와 국민 공감대’
전농, 농민 활동가 토론회 이어가… 남태령 이후, 농업대개혁 과제 논의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12.3 내란 사태와 탄핵정국 속에서 각계가 사회대개혁 의제를 논의하는 가운데, 농업계도 활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이 지난달 28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남태령을 넘어 식량주권의 나라로’를 주제로 전농 활동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1월 국가책임농정의 개념을 ‘식량주권 제도화’로 정리했던 세 단체(전농‧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토론회의 연장선으로, 이번엔 전농 농민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자리가 됐다.
강원에서 제주까지 전국에서 모인 30여명의 농민 활동가들은 △반값 농자재 △농어촌거주수당 등 농어촌 기본소득 △헌법 개정(경자유전 원칙 강화‧식량자급률 명시 등) △농민기본법 제정 실현 △수입 쌀 문제 해결 △농산물 가격 보장 등 산적한 농업계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집중해서 논의했다. 아울러 조기 대선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이 같은 농업개혁 과제를 어떻게 여론화하고 정치권에 농민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댔다.
토론회는 강순중 전농 정책위원장 발제로 시작됐다. 강 정책위원장은 농업대개혁의 과제이자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의 핵심 요구안은 ‘내란농정’ 청산과 ‘농민기본법’ 및 ‘먹거리기본법’ 제정으로 모이며, 이러한 요구의 최종 목표는 ‘식량주권 실현’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내란농정’은 △일방적‧강제적 쌀 감산 정책 △수입안정보험 졸속 확대 △농업 민생 추경예산(무기질 비룟값 지원 등) 미편성 △농지규제 완화(10지구 선정 및 그린벨트 해제 등) △농업민생법안(양곡관리법 등) 거부권 행사 등을 말한다. 이들을 전면 중단하고 농민기본법과 먹거리기본법을 법제화해 농업의 지속가능성 및 먹거리 생산권‧접근권을 누구에게나 보장하자는 취지다.
강 정책위원장은 “‘남태령대첩’과 탄핵정국의 시민연대에서 나온 목소리를 정리하면 결국 식량주권이다. 이것이 새로운 농정의 핵심 이념이 돼야 한다”라며 “농산물 수입 개방의 이론적 배경인 식량안보 대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통해 국민 먹거리를 보장하는 식량주권 확보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정부들이 일관해 온 개방농정은 농가‧농가인구 및 농업소득 급감, 도농 소득 격차 확대, 식량자급률 반토막이란 결과를 낳았고, 기후‧식량위기 등 다중위기 시대에 이들 지표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식량주권 확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관련 법제도 마련과 예산확보가 필수라는 것이다.
강 정책위원장은 새 정부 국정과제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현장 농민의 목소리를 모아달라는 당부와 함께 현재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시민공론장 ‘천만의 연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비상행동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 11개 소위원회는 천만의 연결에서 각계가 제안하는 개혁 과제를 주제별로 모으고 있다. 각 정당과 정치권의 주요 공약과 정책 과제로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1일 기준, 11개 소위원회에는 모두 113개 과제가 제출됐다. 이 가운데 농업‧먹거리 관련(‘식량주권과 먹거리가 보장되고, 지역이 살아나는 세상’ 소위원회)은 현재 총 48개(법률개정 18‧법률제정 8‧정책 21) 과제가 제안돼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다양한 현장 농민의 요구와 함께 농업대개혁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시민 연대와 국민적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전국적인 조례 제정 운동과 법률 제정까지 시도된 필수농자재 지원은 주로 농자잿값 상승분의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이라 이보다는 반값농자재 지원이 더 실효성 있다는 제안부터 농촌 소멸을 막으려면 농민뿐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농어촌주민 기본소득(농어촌거주수당)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국가가 지켜야 할 식량자급률 수치를 법에 명시하고, 쌀 소비량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현재 통계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아울러 ‘수입 쌀이 문제다’라는 지적을 넘어 수입 쌀 문제 해결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농산물 공정가격 실현뿐 아니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혁을 같이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밖에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 저지를 핵심 요구로 내걸자는 의견, 농산물최저가격제와 구체적인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하기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 보조금 예산에 치우친 농업예산을 직불금 예산 확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수많은 농업개혁 과제 가운데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핵심 의제를 선택해 더 명확하게 집중해서 알려가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이에 농업과 먹거리의 가치를 알리고 국민과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가장 앞세워야 할 농업의제를 선택하고, 여론화 및 정치 의제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전농은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이달 지역순회 토론회를 진행하고, 4월 전국 농민대회를 열어 농업의제를 시민사회에 알려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