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김정은식 질책정치

2025-03-02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연말연시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연이은 질책으로 잔뜩 긴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몇가지 장면을 살펴보자.

첫 번째 장면은 지난해 12월 평안남도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지방공업정책을 전면 수정하며 두 가지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드러났다. 먼저, 2023년 민수공장에서 생산한 농기계의 성능이 문제가 됐다. 농촌에 공급한 약 1만대의 농기계 중 일부가 “성능이 낮고 고장이 많아 작업에 제대로 리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바로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가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해도 실지 농촌에 온전한 방조를 줄 수 없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며 농기계의 엄격한 품질검증을 요구했다. 또한 최근 건설된 농촌살림집의 일부가 “날림식”이라는 질책이 이어졌다. 새로 건설한 농촌살림집 중 일부가 “겉모양은 멀쩡하지만 내부 마감을 너절하게 한 집도 있고 눈에 뜨이지 않는 전기공사와 난방공사를 되는대로 해 입사한 주민들이 다시 손을 대지 않으면 안 되게 하거나 지붕 공사를 공법대로 하지 않아 비가 새는 집들도 있다”는 것이다. 건설 책임자들에게 특단의 대책이 요구됐다.

또 다른 장면은 올해 1월 말 지방공업공장 건설 1년차 사업이 진행된 남포시 온천군과 자강도 우시군에서 부정행위가 드러난 것이다. 온천군의 주요 관리자들이 음주 접대를 받은 사실이 발각됐고, 우시군에서는 농민들에게 준조세를 요구하는 등 권력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국가검열기구의 보고에 따라 온천군당과 온천군농업감찰기관을 해산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리”가 뒤따랐다.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추정되는데, 드러난 문제나 부정행위에 비해 지도부의 반응과 대응 수준은 지나친 면이 있어 보인다.

지도부의 과도한 대응 이면에는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2021년 12월 모습을 드러낸 북한식 새마을운동인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은 농촌살림집, 지방공업공장 건설, 식량증산 등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들로 구성됐다. 올해로 5년차를 맞는 국가사업의 중간점검 성격을 갖는 만큼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공개행사 중 정치군사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주택건설과 지방공업공장 건설현장이었다.

또한 2025년은 조선로동당 창당 80돌이자 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마지막해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는 시기인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새시대 농촌혁명강령 즉, 국가균형발전 전략 추진의 동력을 건설에서 찾고 있다. 건설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나라의 재부를 급속히 늘여나가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낙후된 지방을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건설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월 평양시 살림집 건설 착공식에서 올해 평양시 5만세대 살림집 건설을 마무리하고, 나아가 2026년 제9차 당대회 이후의 주요사업으로 강동지구, 선교구역, 모란봉구역, 형제산구역 등 “수도권 내의 락후한 지역들과 교외의 낡고 뒤떨어진 생활문화지역들을 개변하는 사업”을 발표했다. 현재 진행 중인 농촌살림집 건설 장기계획과 지방공업공장 건설 10년계획, 지방의 병원, 학교 건설과 현대화사업까지 고려하면 북한 전 지역이 건설현장이 되는 셈이다. 연말연시 최고지도자의 강도 높은 질책은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한 군기잡기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은식 질책정치는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