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신선대파, 자은도가 답이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연이틀 폭설 예보에 전날 미리 밭에서 뽑아 일렬로 정리해 놓은 대파가 비닐에 덮여 있다. 그 위로 작게는 서너 평, 크게는 열 평 남짓한 간이 시설하우스가 밭 곳곳에 들어선다. 밤새 한바탕 폭설이 쏟아진 탓에 새하얀 눈밭 위에 그대로 하우스를 설치한다. 대설주의보에 더해 강풍주의보까지 떨어지자 세찬 바람과 함께 폭설이 옆으로 쏟아진다. 하우스 밖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안팎으로 카메라를 잡은 손가락이 얼얼할 정도다. 미처 뽑지 못한 대파는 눈 속에 절반이나 파묻혀 있다.
이내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하나둘 하우스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접이식 의자를 펼치고 앉아 대파를 덮고 있던 비닐을 걷어낸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 있는 대파의 흙 묻은 겉잎을 벗겨내기 시작하자 모래땅에서 키워 매끈하고 싱싱한 대파가 본모습을 드러낸다. 코끝을 알싸하게 자극하는 대파향 가득한 하우스 내부는 옷깃을 여미게 하는 한겨울 기상특보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포근하고 아늑해 최적의 작업환경을 제공한다.
지난 4일 임자도와 더불어 겨울대파 주산지로 손꼽히는 전남 신안군 자은도를 찾았다. ‘자애롭고 은혜로운 땅’이라는 별칭답게 최적의 자연환경에서 겨우내 키워내는 대파는 자은도 농민들의 주요 소득원으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에서 대파농사를 지으며 인력업체를 함께 운영 중인 성이석씨는 “오는 5월까지는 자은의 모래땅에서 겨우내 키운 대파가 전국으로 출하된다”며 “이곳 농민들은 전국 최고 품질의 겨울대파를 생산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한겨울 들녘 곳곳에 설치된 하우스가 바로 그 생산기지”라고 추켜세웠다.
아니나 다를까, 대파밭이 펼쳐진 들녘마다 간이로 설치된 하우스가 옹기종기 서 있고, 그 사이사이로 외국인노동자들이 잘 포장한 대파를 옮기는 모습이 간간이 보였다. 지독한 한파에 눈보라가 몰아쳐도 도시 소비자들이 신선한 겨울대파를 만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곳, 전남 신안 자은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