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을사년

2025-02-09     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지난해 12월 23~27일 북한이 개최한 조선로동당 전원회의는 2024년 주요 국가 정책사업의 결과를 평가하고 올해 사업 목표를 제시하는 자리였다. 회의를 통해 북한은 2024년 국가 경제 전반에서 성장 추세가 분명해졌다고 자평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완료되는 올해 이를 성공적으로 완결하면서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역시 규모 있는 건설사업을 이어가고 경제 전반을 통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와 방법 등을 해결해 5개년 계획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이른바 ‘트럼프 2.0’ 시대가 개막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강경 대미대응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한편 농업 부문에서는 2023년에 이어 다시 풍작을 이뤘고 관개시설 공사가 4월까지 마무리돼 농업생산의 토대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평양 화성지구의 1만 세대 건설, 검덕지구 살림집 과제 등 많은 시와 군에서 현대적인 농촌 마을이 완공됐다고 설명하며 “온 나라 인민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 주었다”고 소개했다. 북한 당국은 올해 역시 농촌 살림집 건설을 지방 중흥 정책과 연결해 계속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업 부문 성과에 대한 북한 당국의 선전은 올해 초에도 이어졌다. <노동신문>은 지난 1월 9일 농업생산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특히 신문은 밀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정보당 수확고가 높아져 알곡생산구조를 바꾸려는 당의 새로운 농업정책과 생활력이 과시됐을 뿐 아니라 기상조건을 극복하고 농업생산을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경험이 축적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북한은 7월 북서부 지역의 홍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당시 평안북도, 신의주, 의주군 등에서 약 3000ha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4000여개의 가옥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USDA) 역시 당시 수해로 북한이 8만6284ha가량 침수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다만 USDA는 북한의 주요 곡창지대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작황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생산량이 2023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2023년 103%, 2024년 107%로 곡물 생산 목표량을 초과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에서도 북한이 2년째 경제 회복세가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러 좋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북한은 나름 분투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간이 더 흐른 뒤 보다 더 충분한 평가가 이뤄지겠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으로 볼 때 지난 문재인정부는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나름 노력했지만 그 마무리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윤석열정부는 무어라 평가할 것이 없을 만큼 남북관계를 악화시켰다. 계엄 실패 이후 드러나는 것처럼 자신의 권력을 위해 남북 간 무력 충돌을 유도하려 시도하기까지 했다. 참혹하고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다.

북한의 농업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항상 몇 가지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진부한 레퍼토리다. 국제 제재와 농업 자재 부족, 기후 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의 반복, 오랜 국경 봉쇄로 인한 물류와 인프라 문제다. 북한 당국의 무능을 비웃고 어떻게 해서든 그들의 노력을 폄하한다. 그야말로 ‘남’의 이야기다. 하지만 과연 북한의 ‘먹고 사는 문제’가 언제까지 남의 문제일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이제 우리도 아주 오랫동안 생존 그 자체를 고민하며 버텨온 국내 농업의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 절박하게 찾아야 할 때이다. 최근 입국한 탈북자들에 의하면 여전히 북한은 그 어떤 선전과 포장에도 불구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 절박하다. 우리 농민 역시 오랫동안 고통을 감수하며 땅을 지키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자연재해를 입은 필리핀에 쌀 4000톤을 지원하기로 했다.

불안한 평화 속 생존은 늘 흔들린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올해 남북의 새롭고 과감한 도전을 기대해보는 것은 여전히 섣부른 망상일까. 치욕으로 남겨졌던 을사년이 평화의 해로 다시 거듭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