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은] 농복연계(農福連携), 농업 복지를 품다

2025-01-19     정만철 농촌과 자치연구소 소장
정만철 농촌과 자치연구소 소장

 

최근 일본에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농업노동력 감소와 고령화 상황에서의 농업노동력 확보, 그리고 장애인의 농업 분야 취업 기회 확대를 통한 경제적 자립과 사회 참여 촉진 등을 목적으로 농업과 복지를 연계한 ‘농복연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농복연계는 농업·농촌에 있어서는 노동력의 확보와 농지의 유지 및 확대, 지역 공동체의 유지 등에 기여하고, 복지 측면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창출과 임금 향상, 자신감 회복, 재활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농복연계는 농업경영체가 장애인을 고용하거나, 장애인 시설 운영 주체가 농산물 생산이나 농산물 가공에 참여, 또는 농업 관련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농복연계는 후생노동성과 농림수산성 소관으로 추진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2016년부터 장애인의 취업 촉진을 위해 ‘농복연계를 통한 장애인 취업 촉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장애인 고용시설에 대한 농업기술 컨설팅 및 6차 산업화 지원, 농복연계 마르쉐(장터) 개최, 인식 개선 등에 관한 사업을 실시해 오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2015년부터 농복연계 종사자에 대한 생산·가공·판매기술 및 경영기법 교육·연수, 작업 매뉴얼 및 동선 작성, 근로자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부대 시설 정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19년 4월에는 농림수산성과 후생노동성, 법무성, 문부과학성 등이 참여하는 ‘농복연계 등 추진회의’를 설치하고, 5년마다 ‘농복연계 등 추진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2019년에 이어 지난해 발표한 두 번째 비전에서는 농복연계에 참여하는 주체를 2030년까지 1만2000개소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①지역 단위의 확산 ②미래 인재 육성 및 가치 확산 ③유니버설농원(세대와 장애의 유무를 넘어 다양한 주체가 체험을 통해 사회 참여를 모색하는 농원으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농장에 비교할 수 있음)의 확대와 타 분야로의 확산 등을 들고 있다. 우선 지역 단위 확산을 위해서는 지역협의회 등 지역 단위에서의 농복연계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지역에서 활동할 전문인력 양성 및 이들의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미래 인재 육성 및 가치 확산을 위해 11월 29일을 ‘농복의 날’로 지정하고, 윤리적 생산과 소비에 관심 있는 청년층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SNS 홍보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셋째, 장애인뿐만 아니라 범죄자와 소외계층 등으로 참여 대상을 확대하고, 임업·수산업과 복지의 연계(임복연계, 수복연계)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농복연계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장애인이 생산과정에 관여한 농산물 및 가공식품, 관상용 식물에 JAS인증마크를 부착할 수 있는 ‘농복JAS(장애인이 생산과정에 관여한 식품 및 관상용 식물의 일본 농림규격)’제도를 2019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2025년 1월 현재 농복JAS 인증기관은 ‘일반사단법인 일본기금’ 등 6개 단체며, 일본기금에서 인증을 취득하고 있는 농복JAS 인증사업자만 70여 개소다. 인증을 받은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과 연계해 안정적으로 판매되고, 그 가치가 가격에도 반영되어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많다.

지난해 개정된 「식료·농업·농촌기본법」 제46조(장애인 등의 농업 활동에 관한 환경 정비)에서도 ‘정부는 장애인 또는 기타 사회생활에 있어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자의 취업 기회 확대를 통해 지역농업 진흥을 꾀하고, 이들의 능력에 따라 농업에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 정비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한다’고 농복연계의 추진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 장태평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농림해양 기반의 치유시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내용을 보면 대규모 농산어촌 개발사업을 연상케 한다. 지금은 단 한 명의 장애인이라도 농업을 통해 경제적 자립에 성공하고, 시설이 아닌 지역 공동체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