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폭염 피해, 멈출 수 없는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요구

일소 피해 배·떫은감 농가들, 개선 여부에 촉각 곤두서 “개선되지 않으면 보험 가입 피하거나 거부할 수도…”

2025-01-10     김수나 기자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5년 농작물재해보험 판매 개시를 앞둔 가운데 지난해 이례적인 이상고온으로 극심한 일소(햇볕 데임) 피해를 본 배와 떫은감(대봉감) 농가들이 각각 요구했던 피해조사 방식 개선 및 농작물재해보험 관련 약관 개정이 여전히 과제로 남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일소 피해 배의 경우 전라남도와 시군이 농가에 경영안정자금(1ha당 100만원, 도·시군 50%씩)을 1~2월 중 지원하기로 하면서 긴급 구제는 일단락됐지만, 농가들이 강력 촉구했던 약관 개정은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11월 피해 농가들은 ‘폭염재해 일소피해 배농가 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를 꾸리고, 기자회견·토론회·농림축산식품부 앞 총궐기 등을 통해 △폭염·일소 피해 농업재해 공식 인정 및 추석 이후 피해까지 일괄 보상 △배 일소 피해 보상을 적과 전·후로 확대(일소는 현재 적과종료 이후 보장 개시~판매개시 연도 9월 30일 보장 종료) △일소 피해율 30% 이상으로 상향 적용할 것 등을 촉구한 바 있다.

지역의 재해보험 관계자들도 △적과 후 전체 착과수 기준 6% 이상 일소가 발생해야만 피해를 인정하는 규정을 없애고 △고정 피해율(일소 피해과 80% 등)을 신설하며 △과수 4종(사과·배·단감·떫은감)에 전기간종합위험방식(보장기간 중 발생한 모든 자연재해를 보장)의 상품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핵심은 일소뿐 아니라 무름, 쪄짐 등 이상고온에 따른 다양한 피해 증상 및 피해 발생 시기에 대한 보장 범위와 내용을 전면 확대·강화해 이상 자연재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유례없는 고온이 지속돼 여러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자 제기된 지적이다. 현재 과수의 경우 폭염은 적과종료 이전, 일소피해는 적과종료 이후에만 과실 손해를 보장한다.

지난해 극심한 폭염으로 일소 피해를 본 배. 일소 피해 배는 수확 뒤에도 썩음과 무름 증상이 계속된다. 

김성보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실에서 농식품부 담당자에게 약관 개정을 거듭해서 요구했다. 가장 시급히 개정해야 할 점은 적과 전 보장 재해로만 명시된 폭염을 적과 후까지 전 기간 확대하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나 올해부터 바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 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전종덕 의원(진보당)도 국회 농해수위 현안질의에서 개선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송미령 장관의 긍정적 답변을 받아낸 바 있으니, 아마 2026년부터는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확실한 개선을 목표로 앞으로도 계속 요구해 나가려 한다. 어떻게든 개선되지 않는다면 농가들이 배보험 가입을 회피할 수밖에 없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농업재해와 관련한 법 개정 및 피해조사 방식 개선도 지속해서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해 배 일소 피해는 농업재해로 인정되지 못했는데, 수확 이후 발생한 피해는 피해 면적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번 배 일소 피해는 수확 후 저장 기간까지 계속 발생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이상고온을 관련 법과 재해보험 약관에 명시하고(현재는 폭염으로 규정됨), 동시에 지난해 같은 피해가 발생하면 농식품부가 무조건 피해조사에 나서도록 조사업무 매뉴얼도 개선해야 한다”라며 “지자체 차원에서도 선제적으로 피해를 조사하고 농업재해 인정 시 이를 소급 적용하는 등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100%는 아니더라도 이후 일반적인 피해 구제 정도는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떫은감 재해보험 얼마나 개선될까

떫은감(대봉감) 농가들도 올해 재해보험이 얼만큼 개선될지 긴장을 놓지 못하는 상태다. 수년째 떫은감 재해보험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 온 전남 영암군 금정대봉감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해 △기준 착과량 산출 방식 개선(5년 평균 착과량→수령 기준 착과량) △적과 후 전체 착과수 기준 6% 이상 일소가 발생해야만 일소 피해 인정하는 기준 삭제 △ 평균 과중 기준 상향(270g → 320g)을 시급한 개선 과제로 NH농협손해보험과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요구한 바 있다.

지난해는 특히 역대급 폭염으로 일소 피해가 극심했던 상황에서 떫은감의 경우 피해가 유독 컸기 때문에 제기된 요구였다. 떫은감은 단감과 달리 일소 피해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낙과하면 빠르게 썩어 버려 피해조사가 즉시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다로운 특징이 있다. 배와 마찬가지로 떫은감 일소 피해과 역시 전량 폐기된다.

지난해 극심한 폭염으로 일소 피해를 본 떫은감이 떨어져 있다. 떫은감은 낙과한 뒤 2~3일 이내 썩어 그 흔적을 찾기 어려워진다.

정철 대책위 집행위원(영암군농민회장)에 따르면, 당시 요구했던 사항 가운데 올해 재해보험 상품 개선에서 평균 과중 기준 상향(300g)은 반영될 것으로 기대되나, 낙과 피해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일소 피해 인정 기준(6%)을 없애라는 요구는 반영될지 불투명하다. 다만, 대표 주산지 2곳에 전기간종합위험방식 상품을 도입하는 시범사업 추진과 관련해 지역농협과 함께 농가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정 집행위원은 “재해보험은 한 번에 개선되진 않으니 정확한 건 1월 말쯤 개선 사항이 공개돼야 알 수 있다. 보통 상품 판매가 시작되는 주간의 직전 주말에서야 공개되기 때문에 농민들이 미리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발표될 재해보험 개정 내용이 미비할 경우, 지역에 현수막을 내걸고 재해보험 가입 거부 운동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