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기만 해도 심란한데…”
경기 폭설 피해 농가, 더딘 복구에 망연자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폭설로 주저앉은 하우스 철골은 엿가락처럼 휘어지거나 부러져 있었다. 겨우내 화훼를 키우는 시설원예 특성상 보온을 위해 이중 삼중으로 커튼을 치듯 설치한 비닐은 갈기갈기 찢어지거나 구멍이 뚫려 물이 줄줄 샜다. 무너져내린 하우스 안에서 철골에 눌려 미처 빼내지 못한 호접란은 생기를 잃은 채 서서히 말라갔다. 농로엔 화분째 빼내 폐기한 화초가 톤백 수십 개에 가득 담겨 수거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딸기, 파프리카, 애플망고 등을 키우는 하우스도 폭삭 주저앉았다. 고설 재배하는 딸기 모종이 한겨울 추위에 시들어버렸고 그 옆으론 눈이 녹으며 얼어붙은 얼음덩어리가 하우스 바닥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지난해 11월 27일과 28일, 경기 남부 지역을 강타한 폭설로 시설원예 하우스와 축사, 저장시설 등 수천여 동이 무너져내렸다. 그 후, 한 달이 지났다. 기약 없는 복구 지원, 대책으로 인해 폭설 피해지역은 한 달 전 모습 그대로였다. 변한 게 있다면 시설하우스를 무겁게 눌러 내렸을 눈이 거의 녹아 없어진 것뿐이었다.
축사 붕괴 위험에 한 달 가까이 급이를 하지 못한 양계장에선 수천 마리의 닭이 고사했고 살아있는 닭 일부는 축사의 측면을 부리로 쪼아 뚫고 나왔다. 축사 복구에 대한 기약도 없이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는 닭을 보며 농장주는 부르튼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결국, 폭설 피해지역 시설원예 농민들은 지난해 12월 말, 피해 한 달여 만에 집회를 열고 조속한 시설 철거 및 경영비 지원을 비롯한 대책 마련을 정부와 도정에 긴급히 호소했다. 일부 농민들은 삭발까지 하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2025년 을사년 새해 첫 사진이야기는 지난해 11월 말 폭설 피해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채 희망을 품기조차 쉽지 않은 농가의 모습을 담았다. 세밑 마지막 날 “바라보기만 해도 심란한데…. 취재는 다른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한 농민의 말을 곱씹으며 화보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