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에 참담했던 시민들, 이른 아침 광화문 운집
위헌적 계엄·포고령 규탄…본격적인 윤석열 탄핵 국면 돌입 선포 국회 탄핵 소추안 의결 촉구, 광화문서 비상행동 지속 계획 밝혀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참담했던 시민들이 이른 아침 광화문광장에 운집해 '윤석열 퇴진'을 촉구했다.
4일 오전 9시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불법 계엄 규탄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전면적 저항운동 선포 전국민 비상행동’이 진행됐다.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 및 관계자 500여명은 소리 높여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으며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비상행동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즉각 실행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밤 10시 무렵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대통령 담화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이유는 국가 기능 마비와 자유 민주주의 헌정 질서 붕괴 등이다. 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엔 정치활동 및 집회·시위, 파업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은 계엄군의 바리케이트를 뚫고 국회로 모였고, 시민들 또한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의결 시도에 힘을 보태고자 국회 앞을 찾았다. 결국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재석의원 만장일치로 가결돼 대통령은 오늘 새벽 계엄을 해제한 상태다.
사태가 마무리되자마자 열린 비상행동 긴급 기자회견에서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지난 새벽 상황을 ‘황당무계한 코미디 수준의 미치광이 짓’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계엄 선포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범죄 현행범이다”라며 “국민과 함께 광장을 지키며 윤석열 퇴진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 국회에서도 신속하게 탄핵 소추안을 의결해주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발언했다.
비상행동에 앞서 윤석열정권 퇴진까지 무기한 총파업 돌입을 선포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광화문에 대거 모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정권이 지속되는 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될 수 있는지 확인한 끔찍한 밤이었다. 그 밤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다짐을 하게 됐고, 새벽 전면적인 총파업 투쟁을 선포했다”며 “파업을 통해 윤석열정권을 끌어내리겠다는 단호한 각오를 밝히겠다. 자리를 지키며 시민들과 함께 윤석열정권 퇴진 광장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간 윤석열정권 퇴진의 선봉에 섰던 농업계를 대표해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규탄사를 이어갔다. 하원오 의장은 “지난해 시작한 윤석열정권 퇴진 투쟁의 결실이 맺어지려 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농민들이 가장 먼저 봉기했다. 130년 전 동학농민군처럼 전봉준투쟁단은 마지막까지 온 힘 다해 윤석열정권을 끌어내리고 무도한 정권이 다시는 들어서지 못하도록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지난 비상계엄 선포를 반헌법적 사태, 명백한 위법행위로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윤 회장은 경찰 및 수사기관을 향해 ‘피의자 윤석열’을 내란죄로 수사·체포·기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제2의 쿠데타, 제2의 비상계엄을 막기 위해 국회는 탄핵 절차에 즉시 돌입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민들을 향해서도 힘을 모아줄 것을 부탁하며 민변의 비상체제 가동 및 인권침해 감시단 운영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모든 집회와 시위, 기자회견 등에서 어떠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야당 의원 대부분이 국회를 지키고 있는 까닭에 국회의원들의 참석은 저조한 편이었다. 하지만 광화문을 찾은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직접 목도했던 지난밤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하며 사실상 계엄에 동조한 여당에 쓴소리를 했다. 김재연 상임대표는 “어젯밤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 세력과 민주주의를 붕괴시키고자 한 세력을 구분해 봐달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 2층 사무실에 자리하고 있었으면서 의원들을 당사로 소집했고,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에 동조했다”며 “진보당을 포함한 야당 국회의원들은 탄핵소추안을 준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이를 의결시킬 계획이다. 어젯밤 계엄 선포와 내란 획책에 동조했던 모든 세력을 심판·처벌하는 데 범국민적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국민과 함께 윤석열퇴진 투쟁에 진보당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상행동은 기자회견 이후 광화문광장을 '퇴진 촛불'로 밝혀내겠단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 규탄 여론은 서울뿐만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비상행동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으며, 당장 저녁부터 전국 동시다발 국민 저항 행동이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