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권보전지역에 철탑?”…한전 송전탑 설명회, 주민 반대로 중단
건설예정지 고창 주민들, 사업 강행 한전 및 정부 성토 송전탑 건설 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훼손 불가피
[한국농정신문 김한수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는 현재 전남 신안 해상풍력단지(8.2GW)와 전북 부안 해상풍력단지(2.4GW)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두 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해 ‘345kV 신장성-신정읍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연계 추진되자 전남·북의 송전선로 건설예정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송전탑이 세워지는 곳은 전남의 담양·영광·장성과 전북의 정읍, 고창 등으로 신정읍변전소를 거쳐 신계룡변전소에 이르는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7월 송전탑 건설예정지들 중 전남 장성과 전북 고창, 정읍에서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입지선정위원회는 한전에 사업공론화를 요구해 지난 11일 건설예정지 중 한 곳인 고창군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에 반발한 주민들이 사업설명회장인 청소년수련관 앞에서 송전탑 건설 사업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연 것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70여명의 고창·정읍 주민들과 김성수 전북도의원, 조민규 고창군의회 의장은 한목소리로 “고창군민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한다", "죽음의 탑 절대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대의 목소리를 한전 측에 확실히 전했다.
고창 주민들은 송전탑들이 들어설 경우 지역이 입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송전탑 건설예정지인 고창의 부안·심원·흥덕면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송전탑 건설 시 자연훼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송전탑 가까이서 농사짓고 있는 고창의 문병태씨는 “몇몇 사람들과 송전탑 아래서 양봉을 하려 했는데 벌이 다 죽어서 실패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철탑 주변 농지들은 다른 농지들의 3분의1 가격에 내놔도 팔리지 않을 정도로 가치가 거의 없는 땅이다. 대통령도 일을 잘못하면 물러나는데 송전탑은 한 번 꽂히면 몇십 년이 지나도 뽑히지 않는다. 한 번 피해 지역은 영원히 피해 지역으로 남아야 하는가”라고 한전과 정부를 성토했다.
김성수 도의원은 “지난 7월 고창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재인증을 받았다. 세계가 고창의 자연을 보호하라고 인증해준 것인데 우리 정부와 한전은 왜 고창을 훼손시키려는지 모르겠다. 먼저 들어온 송전탑은 막지 못했지만 새로 들어오려는 송전탑이라도 반드시 막아내고 이 자연을 지켜내자”고 결의를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설명회장에서도 항의를 이어갔다.
한전 측이 사업 개요 등에 대해 설명하자 표주원 고창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신안에 해상풍력 발전시설이 들어서면 고창보다 먼저 송전탑이 들어서는 영광은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회도 구성이 안 됐다. 그런데 왜 고창이 먼저 결정을 해야 하냐”며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한전 측은 “제 소관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고, 표 사무국장은 “「전원개발촉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입지선정위원회가 반대 의견을 낼 순 있지만 한전은 이를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 한전이 갑처럼 행동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다른 주민들도 “송전탑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느냐”, “생물권보전지역에 철탑이 웬말이냐”, "주민 의견 무시말라"고 잇따라 지적했다.
결국 고창의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회가 나서 참석 주민 모두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항의의 뜻에서 설명회장에서 집단 퇴장하자 사업설명회는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송전탑 건설예정지 주민들은 앞으로도 송전탑 저지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북 지역에선 정읍과 고창·완주 주민들이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 중이다. 또 전남 영광군 주민들도 송전탑 건설 저지를 위해 오는 18일 전남도청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