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민통선’서 통일쌀 수확···“한반도에 평화 찾아오길”

철원군농민회·인천도시농부네트워크, 통일경작지서 추수···독일 대학생들도 참여 경색된 남북관계 속 민통선 출입 이전보다 까다로워 져···“이렇게까지 하냐” 지적도

2024-10-06     김한수 기자

[한국농정신문 김한수 기자]

철원군농민회 주최로 5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의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안 논에서 통일쌀 벼베기 행사가 열렸다. 철원군농민회와 인천도시농부네트워크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벼베기를 끝내고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북이 서로 대북전단과 오물풍선을 주고받으며 관계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농민들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통일쌀 벼베기를 진행했다. 

철원군농민회(회장 위재호) 주최로 지난 5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의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통선) 안 통일경작지에서 통일쌀 벼베기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매년 참석하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들 외에도 독일의 튀빙겐대학교 학생들도 참여했다. 한국의 고려대학교 통일 아카데미에 교환 학생으로 와 공부하는 독일 대학생들은 수업의 일환으로  통일쌀 벼베기를 함께하게 된 것이다. 

고려대 통일 아카데미와 연대사업을 하는 전영숙 평화의씨앗들 국경선평화학교 사무국장은 “학생들에게 한반도 분단 현실과 평화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데려왔다. 이번에 고려대 측에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철원군농민회 주최로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의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안 논에서 통일쌀 벼베기 행사가 열렸다. 김용빈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부의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용빈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부의장은 환영사에서 “저기 보이는 산들이 북녘의 산이고 그리 멀지 않은데 갈 수 없는 곳이다. 여기 남쪽에선 저쪽을 비방하는 전단을 보내고 우리는 쓰레기를 받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보다 통일을 먼저 이룬 독일의 학생들이 와 있다”며 “독일 학생들이 통일이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러 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통일이 된다는 희망을 가져보자”고 기대감을 전했다. 

위재호 철원군농민회 회장은 “오늘 날씨가 벼베기 참 좋은데 남북관계는 오늘처럼 좋지 않다. 현재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통일의 '통'자도 꺼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통일쌀을 수확해 판 수익금을 일본의 조선학교로 전달했다. 그러나 올해는 그럴 수 없어 참 안타깝다. 그래도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한반도 평화를 앞당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벼베기를 할 400평 남짓한 논엔 일부 벼들이 도복(작물이 비나 바람 때문에 쓰러짐)된 상태였다. 위재호 회장은 “수확 앞두고 비가 많이 내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벼들이 있다”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5일 철원군농민회 주최로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의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안 논에서 통일쌀 벼베기 행사가 열렸다. 위재호 철원군농민회장이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5개 조로 나누어 벼베기를 진행했다. 이들은 농민들로부터 주의사항 등을 듣고 벼를 베기 시작했다. 낫질이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잘 베어지지 않는 벼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낫을 들고 열심히 벼를 베려고 했고,  30여분 정도 지나자 논 한 구석에 나락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벤 벼를 들고 인증샷을 남기며 흐뭇해 했다날 수확한 벼는 철원의 특산물 오대쌀이다. 

침석자들은 통일쌀 벼베기를 해 본 소감도 전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김정임씨는 “이전 철원 민통선에 올 때보다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총을 멘 군인이 (명단을 보며) 버스에서 사람 이름과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더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며 현 정세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놨다. 같은 단체의 석지영씨는 “이렇게 짧게라도 농사일을 체험하며 농업의 의미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튀빙겐대학교의 파울리나캄 학생은 “(민통선 안에 오니) 한국이 분단돼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벼를 본 것도 베는 것도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벼베기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준비된 볏짚을 꼬아서 새끼줄을 만들었다. 참석자들은 ‘모두를 위한 평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기원’,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 각자의 소원을 한국어와 독일어로 써서 새끼줄에 매달았다. 

철원군농민회와 참석자들은 소원지를 매단 새끼줄을 장대에 매달아 논 앞에 세우며 통일에 대한 바람을 다시 마음 속 깊이 새겼다. 이어 이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제창하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평화의씨앗들 국경선평화학교는 지난 2013년 창립해 평화 운동가 육성을 위한 각종 교육과 이를 널리 확산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철원군농민회 주최로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의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안 논에서 통일쌀 벼베기 행사가 열렸다. 인천도시농부네트워크 회원들이 벼를 베고 있다.
지난 5일 철원군농민회 주최로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안 논에서  통일쌀 벼베기 행사가 열린 가운데 독일 대학생들이 새끼줄을 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