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농민과 농민공
2023년 말 기준 중국의 인구는 14억967만명이다. 중국도 인구 감소가 시작돼 2022년 14억1260만명을 정점으로 2년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세계 1위 인구대국의 명성도 옛말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에는 인구가 많다. 그렇다면 중국 농민 인구는 얼마나 될까?
2023년 말 중국의 농민 인구는 1억6882만명이다. 중국 통계에는 농민 인구가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전체 취업인구 중 1차 산업 종사인구를 농민 인구로 간주한다. 중국 통계상 1차 산업 인구는 농림축산어업 종사인구를 말하기 때문에 이들 인구를 농민 인구로 간주해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통계수치를 보면 중국의 농민 인구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농업대국이기 때문에 농민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는 될 것 같은데 실상은 약 12%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농민 인구 비중은 약 4%이기 때문에 중국은 아직도 우리나라보다 농민 비중이 많기는 하지만 예상보다 적은 수이다.
농민 인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농촌 인구 자체도 크게 줄어들었다. 2023년 말 중국의 농촌 인구는 4억7700만명이다. 전체 인구 중 농촌 인구 비중은 약 34%이다. 나머지 9억3267만명은 도시에 살고 있다. 중국의 도시화율이 약 66%가 되는 근거다.
하지만 중국의 도시와 농촌 인구를 단순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중국에는 도시와 농촌을 오가는 인구가 있다. 바로 ‘농민공’이다. 2023년 말 기준 중국 농민공의 인구는 2억9753만명이다. 농민 인구보다 거의 두 배가 되는 농민공이 도시와 농촌의 중간에 있다.
농민공은 글자 그대로 농민이면서 도시에서 거주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농업호구를 가지고 도시에서 거주하는 인구이다. 중국에는 신중국 성립 이후 사회통제의 일환으로 호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호구제도는 크게 농업호구와 비농업호구로 나뉜다. 농업호구는 농촌주민을 말하고 비농업호구는 도시민을 말한다. 1950년대부터 사회통제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이 호구제도는 농촌주민에게는 족쇄와도 같은 존재다. 한번 농업호구로 태어나면 평생 바꾸기 힘들다. 농민은 자신이 비록 도시로 나가 일하고 생활해도 도시민과 동등한 시민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도시로 나간 농민, 즉 농민공은 경제, 교육, 문화, 보건, 복지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도시민과 차별 대우를 받는다. 인도의 카스트제도와 같은 이 호구제도를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그런데도 이 제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도시로 진출한 농민공의 자녀도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농민공의 자녀도 농업호구를 갖기 때문에 도시민과 평등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농민공의 자녀가 도시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수는 있지만 대학 입시를 보기 위해서는 부모의 고향에 내려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입 시험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처럼 불평등, 불합리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호구제도를 없애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안정’ 때문이다. 농민들이 무작정 도시로 이주한다면 도시는 그 인구를 다 받아들일 수가 없어 도시 빈민가, 빈민굴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사회불안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호구제도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시각도 있다. 농민이 도시로 나가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토지의 소유권(이용권)은 계속 보장된다. 그래서 농민공이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 등으로 고향에 돌아와도 자신의 주택과 토지가 있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완전한 귀향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춘절과 국경절, 농번기에 고향을 찾는 것은 그들의 재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호구제도의 이러한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 농민공들은 도시로의 편입을 소원한다. 지난 7월에 열린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호구문제는 핵심의제 중의 하나였다. 농촌과 도시를 오가는 약 3억명의 농민공, 그들의 불안과 시름이 깊을수록 중국의 고민도 깊어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