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면서 댐 건설로 세금낭비·환경파괴

2024-09-01     한국농정
하승수 대표.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 199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해 왔다. 현재는 농촌·농업·농민을 옹호하는 공익법률단체인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예산감시운동 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원을 잘 배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떻게 세금을 걷어서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한 국가라는 정치공동체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석열정권은 나라 재정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는 듯하다. 나라 재정이 어려운데도 감세 타령이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10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렇게 적자가 심각한데 정치권은 상속세 감면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 중에 상속세를 납부하는 비율은 5% 남짓에 불과하다. 2022년 사망자 숫자는 37만2939명이었는데 같은 해에 상속세 납세의무가 있는 피상속인 숫자는 1만9506명이었다. 그런데 5%만 내는 세금을, 그것도 부를 무상으로 이전받는 것에 대해 내는 세금을 감면하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일인가?

쌀값 안정에는 돈 없고, 댐 건설할 돈은 있나

세금을 걷는 측면뿐만 아니라 세금을 쓰는 측면의 문제점도 심각하다.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한 정책에는 돈이 없다고 하면서 새로운 토건사업을 벌일 돈은 있다고 한다.

지금 쌀값이 80kg 기준 18만원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윤석열정권이 약속했던 20만원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제 때에 충분한 양의 ‘시장격리’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쌀값이 폭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쌀값 폭락을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8월 25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서 작년 생산량 중 민간 재고 5만톤을 수매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늦은 대책이다.

쌀값 안정에는 이렇게 ‘찔끔찔끔’ 재정을 투입하면서 토건사업을 벌이는 데에는 과감하기 짝이 없다. 지난 7월 30일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한강권역 4곳, 낙동강권역 6곳, 금강권역 1곳, 영산강·섬진강권역 3곳에 신규 댐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기후위기’는 갖다 붙인 것에 불과하고, 대표적인 토건사업인 ‘댐 건설’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계획을 국토교통부가 아니라 환경부가 발표한 것이 아이러니하다. 과거에는 국토교통부가 댐 건설을 추진했는데, 물관리 일원화가 되면서 댐 건설도 환경부 소관으로 넘어온 탓이다. 그러니 환경부가 환경파괴에 앞장서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다.

이런 정부의 댐 건설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강원도 양구군의 경우에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두타연’이 수몰되고 10만2300㎡의 농지와 주택 등이 수몰된다는 이유로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댐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은 환경부 발표를 빌미로 지역 내에서 댐 건설을 밀어붙이면서 갈등과 혼란을 키우고 있다. 충청남도의 김태흠 지사가 대표적이다.

환경부가 이번에 발표한 14개 댐 중에 충남 청양군과 부여군에 걸쳐서 건설하겠다는 댐이 ‘지천댐’이다. 그런데 지천댐은 이미 1991년, 1999년, 2012년에 3차례나 백지화됐던 댐이다. 지난달 23일 댐 건설 반대결의안을 채택한 청양군의회는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용수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댐 건설은 돌이킬 수 없는 환경적·사회적·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무책임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충남 청양군청 앞 도로에 내걸린 지천댐 건설 반대 현수막 앞으로 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세금 수조원이 들어갈 환경파괴 사업

이번에 환경부가 발표한 14개 댐 중에 충남 청양군과 부여군에 걸쳐서 건설하겠다는 댐이 ‘지천댐’이다. 문제는 지천댐은 이미 1991년, 1999년, 2012년에 3차례나 백지화됐던 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망령’을 불러내듯이 환경부와 충청남도는 다시 ‘지천댐’을 댐 건설 계획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그리고 김태흠 지사와 환경부는 연이어 청양군을 방문하면서 지역주민들을 회유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난 8월 23일 청양군의회가 반대결의안을 채택했고, 청양군의 많은 단체가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도지사가 주민 회유를 시도한다는 것은 지역 내부의 갈등과 혼란만 키울 뿐이다.

청양군의회의 반대결의문을 보면, 지천댐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청양군의회는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용수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댐 건설은 돌이킬 수 없는 환경적·사회적·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무책임한 사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댐 건설로 인해 예상되는 안개 발생 일수의 급증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힐 것이며,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현상은 환경적 재앙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배수시설과 제방 관리가 더욱 중요한데, 댐 건설은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에 건설된 댐 주변에서는 농업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댐 건설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발생한 대부분의 수해 사례는 제방의 관리 부실과 과도한 하천 공간 활용 등이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댐 건설인데, 국민 세금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들어간다. 환경부가 발표한 14개 댐이 추진된다면 수조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갈 것이다. 충남 청양의 지천댐 건설에만 무려 60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고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 중간에 늘 사업비 증액이 되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실제로는 그보다 더 들어갈 것이다. 세금을 낭비해서 환경을 파괴하고 농업에도 피해를 입히려는 어처구니없는 사업인 것이다.

토건사업 벌이려고 법절차도 무시

게다가 14개 댐을 추진하는 절차를 봐도 문제가 많다. 현재 정부는「수자원의 조사·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수자원법)」제18조에 따른 ‘하천유역 수자원 관리계획’에 댐 건설 계획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을 올해 연말까지 수립하겠다는 것인데 수자원법 제18조 제5항을 보면, “하천유역 수자원 관리계획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의 범위에서 수립돼야 하며”라는 조항이 있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라는 상위계획의 범위 내에서 하천유역 수자원 관리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2020년까지를 끝으로 종료된 상황이다. 즉 상위계획이 공백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상위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부터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상위계획은 공백으로 둔 상태에서 마음대로 하위계획을 통해서 댐 건설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회가 만든 법률을 무시하는 행태이다.

더구나 환경영향평가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과거에는 댐 건설 장기계획을 수립할 때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었는데, 물 관련 법제도가 전면적으로 개편되면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환경부가 밀어붙이는 것처럼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먼저 수립하지 않고 하천유역 수자원 관리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무력화된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없이 댐 건설계획이 수립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는 국가적인 중요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환경보전 계획과의 부합 여부 등을 따지고,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중요한 절차이다. 이런 절차도 없이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댐 건설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9월 이후 국회에서 철저하게 따져야

결국 쌀값 안정에는 무관심하고 토건사업에는 적극적인 윤석열정권의 재정운용 방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곳은 국회밖에 없다. 국회가 가진 예산심의권, 국정감사권 등을 총동원해서 정부의 무책임한 쌀값 폭락 방치에 대해 따져야 하고, 댐 건설과 같은 무분별한 토건사업 추진에 대해 따져야 한다. 상속세 감면과 같은 잘못된 조세정책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내년 예산부터라도 국민들의 삶을 위해 소중한 세금이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세금도 낭비하고 환경도 파괴하며 농업에 피해를 줄 잘못된 댐 건설에는 한 푼의 세금도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