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꺾지 못한 시설재배 청년농민의 꿈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절기상 가을이 온다는 입추건만 꺾이지 않는 폭염의 기세가 무섭다. 차광막을 친 하우스라 해도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볕만 가릴 뿐 한증막 같은 찜통더위는 매한가지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 7일 전북 순창군 풍산면 두승리의 한 시설하우스. 청상추 수확이 한창인 하우스에 들어서자 이내 얼굴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오전 10시가 좀 지난 시간이지만 한낮의 더위만큼이나 푹푹 찐다. 이른 새벽부터 상추 수확에 나선 길, 반복되는 작업과 가마솥 같은 더위가 맞물리며 농민들의 옷은 이미 땀에 절어있다.
올해 청년창업농업인으로 선정돼 하우스를 짓고 첫 상추농사에 나선 김성규(39)·이은주(37)씨 부부가 상추 수확에 여념이 없다. 5월 27일 하우스(750평) 완공, 6월 29일 모종 정식, 7월 15일 첫 수확이 말해주듯 올 상반기에 쉼 없이 달려온 결과물을 매일매일 직접 확인하고 있다. 농업에 뜻이 있어 3년 전부터 준비했지만 김씨의 어머니인 김순례(72)씨의 말마따나 올해 “번갯불에 콩 볶듯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수확 3주째를 맞아 하루 평균 15~20상자(4kg 기준)를 수확하고 있지만 상추가 자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밭에 내버리는 것도 제법 많다. 일손을 쓰면 수확량을 늘릴 수 있지만 일손을 늘리기엔 현재 상추 시세가 미덥지 않다. 김씨는 “4kg 한 상자에 6~7만원은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좀 밑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들이 한께 가만히 볼 수 있간디”하며 일손을 돕는 어머니 덕분에 매일매일 적당량의 상추를 따서 광주광역시 도매시장으로 보내는 중이다.
새참으로 옥수수를 먹으며 땀을 식힌다. 아니, 땀을 식히기엔 34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하우스를 달궈 땀을 닦아내는 수건이 축축하다. 김씨는 “아직 판로도 많지 않고 나중에 되면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직장, 사회생활보다 스트레스도 덜하고 개인이 쓸 시간도 더 있어 좋다”며 “바람이 있다면 규모를 더 키우는 거다. (하우스) 10동 정도로 넓혀 채소 위주의 시설농사를 짓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를 옆에서 듣던 아내 이씨는 “10동이 되면 꼭 다시 취재와 달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웃었다.
청창농 선정부터 하우스 완공, 상추 모종 정식과 수확까지 올해 일사천리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김씨에게 상추를 언제까지 딸 수 있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우리도 농사가 처음이라 해봐야 알아요. 꽃 피기 전까진 따겠죠?” 750평 하우스 한 동으로 시작한 농민으로서 그의 삶이 심히 창대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