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들 '제주 파괴 제2공항 백지화' 촉구
국토부 앞서 '기본계획 고시 중단' 집회 열어 이튿날 국회서 의원 면담·기자회견까지 전개 "제2공항 건설 강행은 농사짓지 말라는 것"
[한국농정신문 김한수 기자]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공동집행위원장 강원보·박찬식·이영웅, 비상도민회의)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저지를 위한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 도민회의 외에도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대전충남녹색연합,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제주천막촌앞사람들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를 파괴하는 사업"이라며 "결코 만들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아 외쳤다.
공항 건설부지에서 농사를 짓는 오창현 제주제2공항반대성산읍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제2공항 건설 예정부지에 우리 성산읍이 있다. 공항이 들어서면 공항 부지는 물론이고 공항에서 3km 이내에 비행기와 조류의 충돌 가능성 때문에 사과·배 등의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공항이 들어오면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소중한 우리 마을과 농업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165만평이나 되는 녹지와 농지를 밀어버리고 지금 있는 제주공항보다 더 큰 공항을 만들어야 이유를 모르겠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건설부지 인근에 철새도래지도 있고 숨골(지하 동굴 천장이 부서진 곳)도 있어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세 차례나 반려됐다”며 “이를 조건부로 승인해준 것이 바로 윤석열정부”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의 고시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을 보면 공항 표점에서 8km 이내의 지역에 조류보호구역이 있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제주 제2공항 건설부지 인근 3~8km에 철새도래지가 4곳이나 있다. 게다가 공항 건설부지에는 153개의 숨골도 발견됐다. 숨골은 비가 많이 올 때면 비를 흡수해 홍수를 막는 역할도 하고 제주의 지하수 저장 역할까지 한다. 공항이 들어서면 물이 귀한 제주의 지하수 저장량을 줄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연대 발언에 나선 김연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대표는 “지난 2022년 12월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보고서에서 미국의 핵전력을 한국에 배치한다면 제주가 최적이며 전략폭격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활주로를 건설하고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을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며 “제2공항 건설은 결국 군사적 목적까지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제주도민 반대한다. 제2공항 중단하라”, “기후재앙 초래하는 제2공항 반대한다”, “고향땅에 살고 싶다. 제2공항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비상도민회의 대표자들은 집회에 이어 국토교통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비상도민회의는 11일엔 국회로 자리를 옮겨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의원실을 방문하고 진보당 대표단을 만나는 등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백지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지난 2015년 계획 발표 후 도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며 논란이 돼 왔다. 지난해 3월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부로부터 조건부로 승인받았고, 국토교통부는 항공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8월 중으로 기본계획을 고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