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갑의 횡포, 농업계도 예외 없다

2013-05-24     김명래 기자

 ‘갑의 횡포’, 최근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는 말이다. 이 말은 일방적인 힘을 가진 이가 힘없는 상대방을 무력화 시킨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농업계에도 갑의 횡포는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의 횡포는 담합이라는 권력을 앞세워 농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남해화학을 비롯한 13개 비료 업체들의 담합이 발각돼 공정위원회가 8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동부하이텍을 비롯한 농약 업체들도 담합이 적발돼 215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번엔 농기계다.

지난 20일 대동공업, 동양물산기업, 국제종합기계, 엘에스,엘에스엠트론 등이 ‘가격신고 담합’, ‘농협계통사업’, ‘농기계임대사업’과 관련해 담합을 한 것으로 밝혀져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최근 2년동안 농산업 업체들의 담합과 관련된 과징금만 해도 1,000억원이 넘는다. 농자재를 구매하는 농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상위 몇 개의 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 속에서 자연스레 갑의 횡포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농사에서 농자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다. 씨앗부터 농약, 비료, 비닐, 농기계까지 농기업들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약업체들의 담합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기도 전에 농기계의 담합이 적발됐다는 것에 농민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장날이면 어김없이 찾아가 들르는 농약방 김씨에게, 오가며 필요한 게 없나 문턱이 닳도록 들르는 농협의 최주임에게, 농번기 때면 선한 얼굴을 찾아오는 농기계회사 박군에게, 농민들은 선한 미소 뒤에 감춰진 갑의 횡포에 유린당한 것이다